▲ 양태순
▲ 양태순
창 너머로 보이는 가을 하늘이 맑아서 삽상하다. 부지런한 계절이 내 마음과 달리 피고 지는 과정들이 무심해서, 장마와 태풍의 시련에도 굳건해서 생각의 올이 자꾸만 얽힌다. 빗질로 다듬으려 할수록 더 엉키는 상황을 벗어나고자 책을 집어 들었다.

‘빨강머리 앤’이다. 장을 넘길 때마다 앤의 매력에 빠졌던 오래 전의 감정이 다시 살아났다. 앤의 조잘거리는 소리를 따라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정신없이 걸을 때 당선 소식이 날아들었다.

심사위원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비어진 여백에 묵힌 마음을 길어 내어 나만의 방법으로 쓰기 위해 정진할 것이다. 시냇물과 강물이 언젠가 만나기 마련이듯 새로 만난 앤으로 인해 기분 좋은 통증이 시작된다.

△포항소재문학상 우수상 수상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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