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엽편집부국장 겸 정치부장
▲ 김종엽편집부국장 겸 정치부장
내년 4월7일 보궐선거와 차기 대선(2022년 3월)을 앞두고 부산 가덕도신공항 문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부산·울산·경남(부울경)에서 처음으로 지방정권 교체에 성공한 뒤 논의되다 숙졌던 사안이 보궐선거 등을 앞두고 부산(PK) 민심잡기용으로 재거론 되고 있다.

민주당은 자당 소속이었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자진 사퇴하면서 치러지게 된 보궐선거인 만큼 가덕도신공항 건설 필요성을 드러내놓고 강조하고 있다. 부산 시민들이 원하는 것을 공약해야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15총선에서 민주당은 부산에서 18석 중 3석만 챙겼다. 20대보다 2석이 줄었다. 전환점 마련을 위해 숙원인 ‘가덕도 신공항 카드’를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이를 통해 부산 민심을 확실히 잡으면 차기 대선 때 울산·경남 바닥 민심 파고들기도 훨씬 수월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권 잠룡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등은 노골적으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김해공항 확장이 아닌 동남권에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호남(전남 영광) 출신인 이 대표는 PK 지역에 상대적으로 기반이 약하다. 동남권, 즉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국무총리 시절,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PK 지역의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2016년 6월 박근혜 정부가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의 합의에 따라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매듭지은 것을 대놓고 부정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부산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성이 많이 가미된 김해공항 확장 안보다 가덕신공항을 만드는 게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만약 동남권 신공항이 추진될 경우 건설지로 부산 가덕도를 ‘콕’ 집은 것이다.

여기에다 경남 양산시을이 지역구인 김두관 의원도 민주당 부산시당 오륙도연구소와 함께 지난달 21일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동남권 관문공항은 가덕도 신공항이다’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여론 확산에 힘을 보탰다. PK지역 여권 인사들은 당 지도부에 ‘가덕도신공항’ 유치를 위해 당력을 집중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달 13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부산시 국정감사에선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촉구하는 등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이는 보궐선거도 선거지만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대선 당락은 PK 민심에 의해 좌우된다는 믿음 때문인 듯하다. 인구 규모를 보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호남 450만 명, TK(대구·경북) 500만 명, PK(부울경)가 800만 명 정도로 잠룡들이 PK 민심을 꼭 잡아야 하는 이유다.

사정이 이런데도 TK 정치권, 즉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너무 조용하다. 550만 대구·경북 시·도민의 염원으로 의성 비안과 군위 소보가 통합신공항 이전지로 확정된 지 채 70일도 되지 않았다. 지난 4·15 총선에서 대구·경북지역 25개 의석 중 24개 의석을 차지하도록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지역민들을 위해서도 이건 아닌 것 같다.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외면만 해서도 안 될 일이다. 가덕도신공항 추진이 현실화되면 통합신공항 이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이 지역구인 같은 당 소속 의원도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찬성하는 분위기이지만 이들 의원과의 협력도 부족한 것 같다. 잠룡을 비롯한 여권의 가덕도신공항 띄우기에 맞설 주도면밀한 전략도, 확고한 공조체제도 없어 보여 안타까울 뿐이다. 뚜렷한 해법도 없이 당 지도부에 의견도 제시 못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더더욱 안타깝다.

대구시의회 통합신공항 건설특별위원회가 지난달 14일 1차 특별위원회를 열고 가덕도 신공항 추진 상황을 모니터링 하는 한편 대응 방안을 강구하기로 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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