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ㆍ진보 막론하고 맹비난, ‘문재인 조항’ 5년만에 깨고 당헌 개정 결정한 민주당에

▲ 국민의힘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임원들이 2일 국회 정문 앞에서 당헌을 개정해 서울시장 공천을 결정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임원들이 2일 국회 정문 앞에서 당헌을 개정해 서울시장 공천을 결정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서울·부산시장 공천 방침에 대해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일 민주당은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이틀간 권리당원 투표를 진행한 결과 86.64%가 당헌 개정 및 재보선 공천에 찬성했다며 당헌을 개정,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투표율은 26.35%(21만1천804명)로 4명 중 1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정치 혁신 일환으로 도입한 무공천 원칙은 5년 만에 폐기된 것이다.

이날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로 적시, 국민에 대한 약속을 당원투표로 뒤집는 게 온당하냐”며 “민주당이 정직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납득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자기들끼리 (하는) 선거니 많은 득표를 얻을 것은 예견됐던 사항”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대구시청에서 열린 대구 예산정책협의회를 마친 뒤 “민주당원들의 비양심 86%가 국민들에게 공표된 것”이라며 “피해 여성들에 대한 제3차 가해를 민주당의 이름으로 86%나 한 것”이라고 힐난했다.

국민의힘 재보궐선거 경선준비위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몰염치 공천’이라며 “권력형 성범죄피해자에 대한 3차 가해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선준비위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겠다.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겠다’는 소위 혁신안에 ‘당 대표직을 걸겠다’고 호언장담한 분은 어디로 갔나”며 “민주당이 문재인 조항을 이렇게 무력화했는데 대통령은 재가를 하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민주당 이낙연 대표에게도 “박원순 전 시장의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가 ‘도대체 뭘 사과하는 것인가?’라고 절규하는 것은 듣기는 들었나”며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의 절규를 외면하고 오히려 3차 가해에 동참하는 행태가 집권여당 대표의 바른 행태인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범죄자가 셀프 재판해서 스스로 무죄를 선고하는 꼴”이라며 “당선자의 중대범죄로 인한 재보궐 선거의 경우 원인 제공 정당의 공직후보 추천을 당헌이 아니라 법률로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후보를 내려면 ‘이낙연 대표의 광화문 광장 석고대죄’와 ‘세금으로 충당되는 선거비용 838억 원 전액 부담’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도 “제 얼굴에 침 뱉기” “민주시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일갈했다.

강은미 원내대표는 대표단 회의에서 “성 비위라는 중대 범죄에 연루된 단체장의 보궐선거에 또다시 자당 후보를 출마시키는 철면피는 최소한 피해자들에 대해 어떠한 반성도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태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편 이날 이낙연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의 뜻이 모였다고 해서 서울·부산 시정의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저희 잘못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며 “서울·부산시민을 비롯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사과를 드린다. 피해 여성에게도 거듭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유권자의 선택권을 존중해 드리는 것이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해 후보를 내려고 하는 것”이라며 “철저한 검증, 공정 경선 등으로 가장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를 찾아 유권자 앞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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