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한미 관계의 새 좌표’

발행일 2020-11-08 16:39:0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가슴 졸이며 미국 대통령선거를 지켜봤다. 이번 만큼 한국민들의 관심을 끈 미국 대선도 없었다. 관심은 미국민 못지 않게 높았다. 남의 나라 선거인데도 며칠간 개표상황 속보에 관심을 집중시켰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한국의 안보, 정치, 경제 지형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46대 대통령을 뽑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7일(현지 시간) 당선자로 확정됐다. 투표는 지난 3일 실시됐다. 4일 만에 가까스로 당선자가 나왔다. 선거 과정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우려가 많았다.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우편투표 등과 관련해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며 불복의사를 밝혔다. 우리에게는 현직 대통령의 투표결과 불복 행보가 궁색해보이고 민망하기조차 하다.

---예상 가능한 한반도 정책에 일단 기대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한반도와 관련한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틀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트럼프와 가장 다른 점이 동맹정책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예측가능한 대외정책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최대 관심은 비핵화 문제가 걸려 있는 대북정책이다.

바이든은 지난달 TV토론에서 “트럼프가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정당성을 부여했다”며 “(자신은) 핵능력 축소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대북정책의 기조로 볼 수 있는 언급이다. 느리지만 상황에 맞게 대북 협상을 진행시켜 나가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바이든은 전통적 외교를 강조한다. 실무협상에서 공감의 영역을 넓혀가는 보텀업(상향식) 스타일이다. 이제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취해온 정상 간 담판 식의 톱다운(하향식)과는 정반대다. 실제 트럼프는 지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전격적으로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밝혀 우리를 놀라게 했다.

바이든은 “주한미군 철수로 협박하며 한국을 갈취하는 식의 행동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감축 등을 시사하며 터무니없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던 트럼프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중 갈등의 해법도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 여러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압박이 지속되겠지만 예측 가능하고, 동맹국의 입장을 존중하는 방향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한숨 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바이든은 국제적 지지를 보다 많이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중국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지역에서는 한미일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에 대응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경우 우리에게 어느 쪽에 설 것인지 분명한 선택을 요구하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 바이든 당선자는 취임 즉시 지구촌에서 미국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일방주의가 아닌 상호주의, 고립이 아닌 개입이 주요 정책 수단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취임 첫날 파리 기후변화협약 복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국제 공조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캠프 접촉 야권·민간 인사 활용을

바이든이 새로운 대통령에 취임한다고 해서 동맹국이나 국제기구와의 관계, 정책 설정 등에서 불확실성이 모두 걷히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트럼프 대통령의 폭주가 멈추게 될 것이라는 사실 뿐이다.

트럼프의 정책은 일단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이든 시대에도 모든 정책의 근간에는 미국의 국익이 기본이 될 것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접근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새로운 미국 행정부의 출범에 맞춘 새로운 한미 관계, 남북 관계 정립이 긴요하다. 우리 정부는 바이든 당선자의 취임에 앞서 공식, 비공식 채널을 통한 한미 현안 조율을 시작해야 한다.

여권 인사는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여야 협치 차원에서 지난 오바마 행정부 때 바이든과 인연을 맺은 야권 인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재계, 학계 등 각계 미국 전문가들을 반민반관의 1.5트랙으로 활용하는 전략도 적극 검토할 시점이다.

지국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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