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구·경북 의료계에 인턴과 공보의가 절대 부족해 의료 현장의 의료 공백이 우려된다. 정부의 의료 인력 수급 대책에 반발, 의료 파업에 동조한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시험을 거부한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올해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한 대구지역 의대생 수가 단 3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한해 300명 가까운 의사가 배출되어 온 지역 의료계에 인턴 및 공보의 부족 현상이 예상된다. 의사 국시 재응시 기회 부여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없으면 내년 의료대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북대의대 등 대구지역 4개 의과대학에 따르면 올해 국시 대상자 290명 중 99%가 응시하지 않았다. 응시생은 단 3명뿐이다. 전국적으로는 대상 의대생 3천172명 중 14%인 446명만 응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생은 의대 졸업 후 필기와 면접시험 등 국시를 치러 의사 면허를 딴다. 이후 대학병원 등의 인턴이나 공중보건의, 군의관 등으로 근무하며 국민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한다. 인턴은 대학병원 등에서 박봉과 주 80시간 근무 등 열악한 조건에서 수술 보조나 응급실 근무 등을 도맡아왔다. 대학병원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매년 수십 명의 인턴을 뽑는다. 인턴 인력이 부족하면 당장 대학병원의 운영에 혼란이 온다. 의료공백은 필연적이다.

문제는 내년 뿐아니라 2022년까지 연쇄 파급된다는 점이다. 올해 국시 미응시자들이 내년도 국시에 1년 후배들과 한꺼번에 응시하면 과공급 현상이 나타난다. 이 경우 자칫 앞으로 5년 이상 지역 의료체계에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 도서 벽지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공보의도 빠져나간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면 심각한 의료 공백이 발생한다. 군 단위 병원 응급실도 비상이다. 나라의 의료시스템 전반에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의료 파업과 함께 국시를 거부한 책임만 물을 것이 아니라 재시험을 치르게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의대생들은 국가 의료정책에 반발하는 선배들의 파업에 힘을 보태기 위한 명목으로 앞에 나서 전위대 역할을 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의대생들이 집단으로 국시를 거부하는 바람에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의사회 등 선배들이 나서 의료 파업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고개 조아린 뒤 정부와 국민에게 의대생들의 국시 재응시 기회를 달라고 해야 한다. 또 차후에라도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파업 등에는 책임을 지겠다는 대국민 약속이 필요하다. 물론 이에 앞서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 정책 시행 등 과오가 재연돼서는 안 된다는 전제가 따라야 할 것이다. 어떻든 의료대란은 막아야 한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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