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이달 초 한 고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등교 직후 모아 관리하는 조치가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 학교 한 학생은 휴대전화 소지와 사용을 금지당해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학생생활규정이 헌법상 일반적 행동의 자유와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해 해당 규정의 개정을 권고했다.

학교 측은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해 개정한 규정에 따라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한 것이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권위는 올들어 중학교 두 곳에도 이번과 비슷한 시정권고를 내렸다.

이에 대해 대부분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 현실을 외면한 판단’이라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대구지역 대부분 학교에서는 아침 조례 시간에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한 뒤 종례 후 돌려 주고 있다.

학교 측은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학생이 늘면서 별도 관리하지 않으면 일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사용하거나 벨이 울려 수업이 방해를 받는다고 주장한다. 다른 학생들의 수업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것은 물론이고, 교사가 자신의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난다고 한다. 인권위의 판단이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교육적 목적을 위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전면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 하면서도 교육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희망자에 한해 수거하거나,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사용을 허용하는 등의 다른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교사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권위의 결정으로 교사와 학생들이 휴대전화 수거를 두고 마찰을 빚는 등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것이다. 또 시정 권고가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대구지역 학교에서는 공론화가 시작된 곳도 있다. 학생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면서도 수업권을 보장할 수 있는 세부 규정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나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쉽고 효율적인 방안이 있다면 이제까지 왜 채택하지 않았겠는가.

현안에 대해 학교와 학생들이 함께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학교에는 외부 기관이 섣불리 개입해서는 안되는 영역도 있다. 특히 학생생활 지도 영역이 그렇다. 학교 자율에 맡길 부분은 과감히 맡기는 것이 옳다. 이상만 좇아 지나치게 앞서가는 결정을 내릴 경우 시행착오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어떤 방안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의견이 우선적으로 존중돼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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