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운석
▲ 박운석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콩코드(Concorde)’ 비운의 여객기이다. 영국과 프랑스의 합작품인 콩코드는 평균 속도가 마하 1.7로 일반 여객기보다 두 배 가량 빨랐다. 세련된 디자인으로 이목이 집중됐지만 높은 생산비와 소음에 연료 소모량도 많았다. 탑승 비용이 커지면서 실용성과 경제성에서 비효율적인 면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판단에도 콩코드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오랜 기간 동안의 투자비용이 아까워서이기도 했지만 실패를 인정할 수 없었던 양국 정부의 자존심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2000년 폭발 사고로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이후인 2003년 운항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손실이 커질 것을 알면서도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현상을 ‘콩코드 오류(Concorde Fallacy)’라고 한다. 경제학에선 매몰비용의 오류라고도 하는데 잘못된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더욱 깊이 개입해 가는 의사결정 과정을 말한다.

이처럼 콩코드 오류는 투자금액이 많을수록 더 쉽게 발생한다. 한때 카메라 필름의 대명사였던 코닥이 대표적이다. 코닥은 과거의 노력과 명성, 그간의 투자비가 아까워 디지털카메라로의 변화를 거부했다. 코닥은 결국 시장에서 외면당할 수밖에 없었다. 때론 발 빠른 포기가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임을 대규모 프로젝트 책임자들은 모른다.

비슷한 의미로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 Kruger effect)’라는 게 있다. 흔히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잘못된 결정을 내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더라도 능력 부족으로 자신의 실수를 알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1999년 코넬대학교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 교수가 내놓은 이론이다.

둘은 45명의 학부생들에게 20가지의 논리적 사고시험을 치르게 하고 자신의 예상 성적 순위를 제출하도록 했다. 결과는 성적이 낮은 학생은 예상 순위를 높게 생각했고 성적이 좋은 학생은 오히려 스스로를 낮게 평가했다.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자신의 실력을 더 높게 평가한 것이다.

이들은 실험을 통해 능력이 없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보인다는 가설을 세웠다. 첫째, 자신의 능력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둘째,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셋째,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생긴 곤경한 상황을 알지 못한다. 넷째, 훈련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키운 후에야 이전의 능력 부족을 알아차리고 인정한다.

실력이 모자라는 사람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실제보다 훨씬 더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고 믿는다. 이 믿음은 우월감으로 이어진다. 더닝 크루거 효과는 진정한 능력자는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상대적으로 과소평가한다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했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무능한지조차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뛰어난 능력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법이다. 얕은 지식을 믿고 섣부른 판단을 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다면 무서운 현상이다.

몇 해 전부터 ‘근자감’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을 줄여 이르는 말이다. 근자감의 특징은 자신이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는 점에서 더닝 크루거 효과와 비슷하다.

요즘 우리 사회에 더닝 크루거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넘쳐나고 있다. 정치인들과 일부 임명직 공무원들이 특히 그렇다. 이들을 보면 어떻게 자신의 능력 이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직무는 국민들에게 심각한 고통을 줄 수밖에 없다.

주관적인 판단에 앞서 객관적인 평가를 듣고 고쳐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을 통해 무능은 극복할 수 있다. 다만, 자신이 무능한지 조차 모를 경우엔 답이 없다. 책 한권만 읽은 사람들이 근자감을 바탕으로 전문가인양 설쳐대니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찰스 다윈은 “무지가 지식보다 더 큰 확신을 갖게 한다”고 했다. 근거 없는 우월감, 자신감에 무리한 정책을 남발하는 누군가는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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