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신공항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여권은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김해 신공항 검증위는 김해 신공항이 문제는 없지만 안 된다는 이상한 결론을 내렸다. 결론을 미리 내놓고 꿰맞추기 한 것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검증위는 문재인 정부와 부산 정치권이 원하는 맞춤형 답안을 내놓았다.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서 최소한의 기본 요건은 갖췄지만 미래 확장성 때문에 재검토해야 한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부산·울산·경남의 자체 검증단에서 제시한 내용과 같다.

이러한 결정은 국가 정책의 안정성을 해치고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총무도 “김해 신공항 백지화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판박이”라고 했다. 국책사업을 필요에 따라 제멋대로 바꾸는 문재인 정부다. 월성 원전 1호기도 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경제성 평가가 뒤바뀌어 폐쇄 결정이 났다.

김해 신공항 백지화 과정도 꼭 닮았다. 오거돈 전 시장의 가덕도 신공항 선거 공약이 도화선이 됐다. 이후 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신공항 재검토를 시사 등 일사천리로 진행됐다.재검증과 원하는 답을 얻었다.

정부 여당이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김해 신공항 백지화 결론을 내려놓고 짜 맞추기식 결론을 내렸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배경이다.

김해 신공항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면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5개 지자체장이 모여 토론하는 것이 순리다. 한데도 이를 외면한 채 덜컥 ‘김해 신공항 불가’라고 발표했다. 가덕도라는 답을 정해놓고 일을 하다 보니 원칙과 절차도 모두 무시될 수밖에 없었다.

여권은 가덕도 신공항 추진 용역비를 내년 예산에 이미 반영한 터이다. 검증결과가 발표되자말자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손발이 척척 맞는다.

대구·경북의 민심은 펄펄 끓고 있다. 국민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뭉개버리는 정부 여당에 분개하고 있다. 대구·경북이 추진하고 있는 통합신공항에도 영향이 미친다. 이참에 밀양신공항을 원점에서 재추진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거취도 불투명해진다.

정치가 이렇게 만들었다. 원칙도 내팽개쳤다. 부산시장 선거용 선심 정책이 돼버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신공항 정책의 혼선을 초래하고 국론을 분열시킨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가의 미래 사업이 정권에 따라 흔들려서는 국가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 이렇게 원칙도 없이 국책사업이 왔다 갔다 해서야 나라라고 할 수 있겠나. 어느 순간 우리나라는 정치가 만사가 됐다. 이제 선거를 통해 심판하는 일만 남았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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