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욱

에녹 원장

가을로 접어들면서 지역 저수지마다 낚시꾼들로 가득하다. 깊은 밤, 나가고 들어오는 차들로 주변 사람들은 쉬이 잠을 이루기가 힘들다. 형형색색의 케미컬라이트는 불꽃놀이에 버금갈 정도로 화려하다. 봄과 가을철이 월척을 잡기에 최적이라는 꾼들의 말은 일견 수긍할만하다. 붕어들은 산란철 알자리를 찾기 위해, 겨울철 동면에 앞서 영양보충을 위해 저수지 언저리로 회유한다는 사실이다. 모든 동물은 동면의 습성을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어느 학자의 말을 빌자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일몰시간이 지나고 저수지엔 어느새 긴장감이 배어난다. 이른 저녁을 먹은 낚시꾼들은 혹여 대물의 입질을 놓칠세라 찌에 끼운 케미컬라이트를 노려본다. 침묵과 정숙을 요하던 저수지에 상향등을 켠 차 한 대가 진입한다. 아마도 초행길에 대물이 나온다는 ‘카더라’ 통신을 믿고 온 외지인인 모양이다. 낮은 소리의 한탄과 짜증이 나오더니 성질 급한 누군가가 차를 향해 욕설을 한바탕 내지른다. 적을 향해 주어진 상황 속 은폐와 엄폐의 모든 전략을 구사하며 숨소리마저 죽여 온 낚시꾼들에게 그는 또 다른 ‘적폐’이자 제거의 대상인가 보다.

현재진행형으로 나타나는 우리 정치현실 역시 낚시꾼들의 ‘놀이’와 비견될 것 같다. 붕어와 낚시꾼의 보이지 않는 머리싸움, 본능에서 흘러나오는 먹이취식과 그것을 노리는 포획자의 전략, 전술은 온전히 정치에서 묻어나고 있다. 기원전 1100년 전후, 주나라 강태공의 유명한 일화처럼 이미 낚시는 정치를 위한 기본 처세술인지도 모른다. 펴진 바늘로 위수 강가에서 낚시를 하던 강태공과 주나라 문왕의 대화는 시대적 상황과 정치의 근본을 일깨워 주고 있다. 강태공은 낚시와 정치의 연관성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의 이치로 말한다. 첫째, 미끼를 이용해 고기를 낚는데 이는 곧 녹봉을 주어 인재를 취하는 것과 이치가 같다. 둘째, 좋은 미끼를 이용해 큰 물고기를 낚을 수 있는 법인데 이는 인재에게 많은 녹을 주면 줄수록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충성스런 신하가 나오는 이치와 같다. 셋째, 물고기는 종류에 따라 요리법이 다르듯 인재의 성품과 됨됨이에 따라 벼슬을 달리 맡기는 이치와 같다.

비록 시대가 바뀌어 가시화와 더없이 빨라진 IT와 AI의 최첨단 사회가 진행되고 있지만 인간의 본성에서 출발된 정치는 아직도 아날로그가 유효하다. 펴진 바늘로 10년간 때를 기다린 강태공을 ‘사이비’ 낚시꾼이라 부른들 누가 탓할 수 있을까만 백성을 위한 진정한 인재 발굴과 나라의 부강을 도모했다는 점은 더 큰 의미의 낚시꾼이 아니었던가.

최근 언론을 통해 터져 나오는 정책들은 ‘성급함과 오만’의 실책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집권 여당의 아전인수식 당헌 개정과 서울, 부산시장 후보 추천, 호텔인수를 통한 전세난 극복, 국책사업으로 결정된 김해공항 확장의 백지화 등은 스스로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방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로 있던 2015년 만든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라고 명문화된 것으로 선진 정당정치를 표방하며 당시 새누리당을 공격한 근거였다. 후보자 무추천은 ‘국민에 대한 책임 방기’라는 그럴듯한 말을 앞세워 개정안에 ‘단, 전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삽입하는 꼼수는 국민을 무시한 오만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더불어치매당’이란 말이 나올까 싶다. 끊임없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과의 대립구도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유고된 상황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연일 발표되는 부동산 억제 정책은 역으로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 주요지역의 집값 상승을 불러오고 있다. 전세난의 해결책으로 호텔 개조의 전세 확대라는 여당 대표의 말에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정부와 여당이 코로나 19의 경기침체를 틈타 숙박업장을 개설하고 있는 것 같다. 인재 등용과 배치를 강조한 강태공의 말이 여실히 증명되는 현 상황임에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아집과 오만에 빠져 있는 까닭이다.

큰 붕어일수록 미세한 깜빡임으로 예신을 보낸다. 때가 이르면 천천히 치솟는 찌 올림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긴장하라, 그것이 정치의 대상이자 낚시의 주인공인 국민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