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눈 뜨고 코 베인’ 대구·경북

우려가 현실이 됐다. 결론이 막판에 뒤집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확정된 국책 사업을 국무총리실에서 재검증하겠다고 나섰을 때 이미 방향은 정해져 있었다고 봐야 한다. 검증은 ‘김해신공항 백지화, 가덕도신공항 추진’으로 가는 요식절차에 불과했다.

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건설과 관련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이 말이 대구·경북에서 그토록 반대해온 가덕도신공항 건설로 가기 위한 꼼수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이번 결정은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선심공세의 산물이다. 내후년 PK지역 대선 표심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대구·경북은 눈 뜨고 코 베인 격이다.

---‘대구·경북 통합공항’ 중장거리 국제선 허망

대구·경북 통합공항의 앞날이 예측불허 상황으로 빠져들게 됐다. 큰 나무 옆에 작은 나무가 제대로 자랄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공항도 마찬가지다.

부산의 계획은 가덕도를 인천공항에 필적할 만한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유럽과 미주지역까지 완벽하게 커버할 수 있는 대형 공항을 목표로 한다. 대구·경북 통합공항과 규모는 다르지만 가려는 방향은 일치한다.

수익성에 따라 움직이는 항공사들이 영남권 공항 2곳을 놓고 중장거리 국제선 개설 지역을 저울질할 것이다. 어느쪽에 경쟁력이 있겠는가. 가덕도로 노선과 승객의 일방적 쏠림현상이 일어나는 상황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중장거리 국제선 유치를 통해 대구·경북의 항공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던 외침이 허망하게 됐다.

김해신공항과 대구·경북 통합공항 건설은 영남권 항공수요 분점을 전제로 한다. 4년 전 정부가 결정하고, 영남권 5개 시도지사들이 받아들인 합의안은 휴지조각이 됐다. 국가 정책결정은 합리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김해신공항 백지화에는 이 모든 것이 결여됐다. 국정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동남권 신공항을 둘러싸고 TK와 PK 민심이 첨예하게 맞설 것이다. 또 하나의 국론 분열이다. 지역의 백년대계를 정치논리로 재단하려 든 때문이다.

여당의 폭주에 제동을 걸어야 할 야당은 ‘적전 분열’ 양상이다. 국민의힘 부산출신 국회의원 15명은 표심을 의식해 민주당보다 먼저 ‘부산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개탄스럽기는 지역출신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뒤늦게 목청을 높이지만 공허하다. 오늘과 같은 상황은 오래 전부터 예견됐다. 그간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가 팔짱만 끼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일부에서는 “부산보다 빨리 개항해 통합공항을 안정궤도에 올리면 선발공항의 이점 때문에 이용객 확보와 국제선 유치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어처구니없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확정되면 영남권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공항의 수요조사가 다시 이뤄지게 된다. 대구·경북 통합공항 건설에도 찬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다. 블랙홀 같은 가덕도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덕도신공항이 추진될 경우 전액 국비가 투입될 것이다. ‘기부 대 양여’ 방식인 대구·경북 통합공항과는 차원이 다르다. 형평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일지 않을 수 없다.

---지역민, 결기 다지고 대응 방법 선택해야

비정상이 정상을 뒤집었다. 김해신공항 무산이 가덕도신공항 건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지역민의 의지를 응집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구·경북의 공항 전략 재점검이 시급하다. 김해 백지화가 통합공항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한 뒤 최선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원점에서 밀양신공항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현재 대구공항의 민간·군공항 분리 이전을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당연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

대구·경북을 우습게 보지 않았다면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자괴감마저 든다.

대구·경북은 선택을 해야 한다. 가덕도 건설을 좌절시키든지 아니면 제3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상황에 맞춰 투트랙 전략을 병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은 결기를 다지고 힘을 모아야 한다.

지국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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