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매년 단계적으로 높여서 2030년에는 시가의 90%까지 맞추겠다고 한다. 현재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주택가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현재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살펴보면, 시세 9억 원 미만 68.1%, 15억~30억 원 74.6%, 30억 원 이상 79.5% 등으로 나타난다. 고급주택일수록 그 현실화율이 높다. 고급주택 부터 먼저 인상률을 높여가면서 목표연도인 2030년엔 모두 90%에 맞추겠다고 한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보통 네 가지 목적에 사용된다. 첫 번째가 거래목적, 두 번째가 담보목적, 세 번째가 보상목적, 네 번째가 과세목적이다.

부동산 거래가격은 공인중개사의 조력을 받아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된다. 부동산 시세는 원래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개별 거래의 결과물인 관계로 부동산 공시가격은 거래 참고용 정도이고 그대로 거래가격이 되지 않는다. 거래가격은 공시가격의 기초이자 목표이기도 하다. 담보 설정을 할 경우, 일정금액 이하는 금융기관 감정평가담당 직원의 시장조사에 의해 담보부동산의 가격을 정하고, 일정금액 이상은 감정평가사의 평가가격으로 가격을 결정한다. 공시가격은 사례자료의 기능을 할 뿐 그대로 평가가격이 되지는 않는다. 공시가격의 현실화가 꼭 필요한 부문은 아니다. 협의매수나 수용의 경우, 엄격한 법정절차에 따라 감정평가사의 평가가격을 기준으로 그 편입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한다. 이 경우에도 부동산 공시가격에 필요한 보정을 거쳐 보상가격을 산출한다. 공시가격이 시세를 반영해야겠지만 꼭 시가일 필요는 없다.

각종 부동산 과세 과정에서 공시가격은 보정이나 조정 없이 과세표준으로서 세금계산의 기초가 된다. 따라서 공시가격을 시가에 맞춰줄 필요성은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시가가 수시로 변화하는 현실에서 100% 시가 반영은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 부동산 공시가격의 시가 현실화율을 높게 맞췄다가 시가가 공시가격 이하로 떨어질 경우, 가공의 재산에 대해 과세하는 위법적인 결과가 초래될 위험성이 크다. 그런 경우를 예상한다면 그 시가 변동 폭을 감안해 현실화 상한선을 두는 것이 상식이다. 지금까지 부동산 불패신화가 시가 하방경직성을 지켜왔지만 앞으로 새로운 상황에 직면할 건 불문가지다. 인구감소가 부동산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날이 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이 시세에 비례해야 하겠지만 반드시 시세 반영률이 높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네 가지 경우를 살펴본 결과, 부동산 공시가격은 부동산 상호간 비례성을 유지하면서 그 시가의 일정 비율을 반영할 필요는 있겠지만 그 시가 현실화율이 반드시 높아야 좋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시세가 공시가격 이하로 떨어질 경우를 상정하면 그 변동 폭을 여유분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 여유분을 대략 20~30%로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동산 공시가격의 현실화 상한선을 70~80%에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뜻이다.

국민에게 세금을 부과할 때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세금을 올릴 때도 국회의 승인을 얻어야 비로소 국민의 납세의무가 발생한다. 그런 절차도 없이 국민에게 세금을 증액 부과하는 것은 위법하다. 대표 없이 과세 없다. 세금을 올리려고 한다면 원칙적으로 그 내용과 사유를 명시해 국회의 정당한 심의를 거쳐 국민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과세목적으로 부동산 공시가격을 임의로 올리는 편법은 과세표준을 올림으로써 국민 몰래 세금을 인상하고자 하는 비열한 꼼수일 뿐이다.

세금은 공정과세가 원칙이다. 합당한 사유 없이 세금으로 국민을 차별하고 징벌해서는 안 된다. 종부세나 재산세와 같은 보유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부과하는 소득세와 달리 ‘세원은 넓게, 세율은 낮게’ 유지해야 맞는다. 보유세는 이중과세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는데다 유동성이 없는 재산에 과세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율 인상에 대한 조세저항이 크고 민감하다. 이 점을 노려 소수의 고급주택에 중과하고 다수의 중하급주택에 감면함으로써 정치적 표 계산을 한다면 정권획득을 위해 국민을 희생시키는 일이다. 정치가 표에 민감한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결코 해서도 안 되는 금기는 존재하는 법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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