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지난 월요일 국내 증시가 코스피 기준 역대 최고치인 2천600선을 돌파하면서, 조만간 2018년 1월에 기록했던 장중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시장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더군다나 증권가 일각에서는 내년에 당장 코스피 3천을 돌파할 수 있다는 매우 희망찬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물론,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의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정들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긴 하다.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효과가 내년에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 또는 가정이고, 다음으로는 경기가 반등하고 금리 등 가격 지표들도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가정이다. 또, 그렇게 되면 기존 산업들의 업황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주가 상승뿐 아니라 늘어날 배당금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게 될 것이라는 가정이다.

더군다나 국내에서는 경기 반등을 계기로 수많은 자산들 가운데 안전자산에 속하는 금이나 달러화 및 부동산보다는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질 것이고, 당연히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가정도 있다. 여기에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부동산 시장은 이미 가격이 크게 상승했고, 규제도 심한 상황이어서 주식시장이 그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가정도 깔려 있다.

이들 가정을 요약하면 결국 이렇다는 것이다. 국내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지만, 물가와 금리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면서 그야말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을 만큼의 상태가 유지되는 이른바 골디락스(goldilocks)가 재연될 것이고, 국내 증시는 이런 혜택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과연, 그럴까? 물론 국내 경제와 증시에 이런 여건이 만들어진다면 그보다 더 좋은 상황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늘 우리는 너무도 당연하게 이런 낙관적인 가정과는 다른 현실에 직면해 왔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가장 먼저 코로나19의 진정 또는 종식 시기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크지만, 그것의 안전성이 확보돼 보급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것만은 틀림없다. 설령, 안전한 백신이 보급된다 손치더라도 단기간 내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을 무한히 낮출 수 있을 정도로 면역력이 확산되기까지는 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낙관론을 경계해야만 하는 가정들은 얼마든지 들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앞으로 들어서게 될 미국의 바이든 신행정부의 대내외 정책은 현 트럼프행정부보다는 훨씬 시장에 우호적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바가 전혀 뜻밖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점도 그 중 하나다.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세계 각국의 경기 여건이 국가별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도 주의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기존의 컨택트(contact) 산업이 가장 먼저 수혜를 받게 되겠지만, 세계 경제가 동시다발적으로 골디락스로 향해 가지 않는 이상 수혜의 정도는 천차만별일 수 있다. 내수 의존도가 높은 타 경쟁국에 비해 수출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와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이는 또 다른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동반하는 것이다.

그래서 말이지만 아직까지는 시장의 변화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고, 서로 공치사를 준비해야 할 때도 아니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특히, 주식시장처럼 변동성이 큰 위험자산시장의 향방에 대해 시장 주체들이 모두 낙관적인 견해를 나타낸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재인식할 때가 아닌가 싶다.

만약, 이런 낙관적인 기대가 예상은 되지만 아직 나타나지 않았거나, 너무 예외적이어서 발생가능성은 매우 낮은 일들로 우리가 인지 못하는 사이에 엄청난 충격과 파급영향을 불러올 불확실성 즉, 블랙스완(Black Swan)의 출현 가능성을 가리려는 것이라면 더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지금 대내외 여건 상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여 다행이긴 하지만 말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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