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석

기상청장

지난 겨울에 길거리는 물론이고 어린아이들이 있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울려 펴졌던 노래가 있었다.

바로 영화 ‘겨울왕국’의 주제곡인 ‘Let it go’이다. 영화에서 어린 엘사 공주는 마법으로 빙판을 만들어서 동생 안나와 함께 스케이트를 타고, 눈사람을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에게 미끌미끌한 빙판길은 다른 계절과 다른 신나는 놀이터다.

그렇다면 어른들에게 겨울날 눈이나 빙판길은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성가시고 불편한 존재일 것이다. 혹여나 넘어질까 걸음도 살금살금, 운전은 더더욱 조심조심하게 만드는 빙판길이다. 특히나 ‘도로 위의 암살자’라고 불리는 별명부터 섬뜩한 ‘도로살얼음(블랙아이스)’으로 인해 더욱 주의가 필요한 계절이 겨울이다.

우리 눈에 보일 정도로 눈이 내려 쌓이거나, 비록 겨울철이지만 비가 내릴 정도로 포근한 기온이라면 운전자들은 체인을 감거나, 감속 운전을 하는 등 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 하지만 도로살얼음 즉 블랙아이스는 검은 아스팔트 위에 마치 얼음막이 코팅된 것처럼 얇게 덮여있어 운전자의 눈에는 빙판길이 아닌 정상상태의 도로로 보이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크다.

도로살얼음이 발생하는 원리는 상공에서 내리던 비가 영하의 기온에서 도로면과 만나는 순간 급속히 얼게 되면서 발생한다. 이러한 발생 원리를 보면, 주변보다 온도가 더 낮은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데, 주로 교량 위 도로, 터널 출입구, 야산 주변, 그늘진 커브길 등이 도로살얼음 취약지역으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교각의 경우는 하부가 지면에 접하지 않기 때문에 대기의 기온에 비해 2℃ 정도 낮게 나타나고, 터널 출입구도 온도의 변화가 심한 곳이라 겨울철 운전 시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수증기가 도로표면에 바로 얼어붙거나 이슬이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낮은 새벽에 얼면서 빙판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새벽부터 오전 사이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상주-영천 고속도로에서는 도로살얼음으로 인해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차량 47대가 파손되거나 전소되고, 39명의 인명피해를 낸 대형 사고였다.

이처럼 주행속도가 빠른 고속도로에서는 사고 발생 시 대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눈이 쌓여 있을 때는 물론이고 비가 오거나, 비 온 다음 날 기온이 영하권일 때, 새벽~아침 사이에 교각이나 터널 출입구, 그늘진 커브길 등에서는 규정 속도보다 20~50% 이상 감속운행을 하고, 평소보다 2~3배 이상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등 자동차가 미끄러질 것에 대비해 운전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기상청은 도로살얼음으로 인한 이러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 6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과 함께 업무협약을 맺고, 도로살얼음 발생환경을 공동조사하고, 취약구간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함께 도로결빙 관측자료의 비교를 통해 정확도 높은 도로살얼음 발생 예측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처럼 도로살얼음에 대한 방심 없는 대비를 위해 놓치지 말고 기상청 홈페이지 및 날씨알리미 앱을 등을 통해 기상예보와 정보, 현재의 날씨 등을 수시로 활용하길 바란다.

올겨울 모두가 도로살얼음으로부터 안전한 겨울이 되길 소망한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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