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와중에 조류독감과 돼지열병까지 발생했다. 코로나 등 바이러스 3종 세트가 한꺼번에 덮치는 바람에 감염병 초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는 대유행기에 접어들어 5일째 400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대구·경북도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마음 놓을 수 없는 단계다. 여기에 조류독감과 돼지열병까지 더해져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북 정읍의 한 오리농장에서 지난 28일 H5N8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농가에서 AI가 발병한 것은 2018년3월 이후 2년8개월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역대 최악으로 꼽히는 2016년 AI 사태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발생 농장과 인근 농장 가금류를 예방적 살처분하고 소독 및 예찰을 실시하는 등 방역조치를 강화하고 있지만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같은 날 경기도 가평에서 포획된 멧돼지 4개체가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바이러스에 확진됐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ASF가 1년 넘게 계속 번지고 있다. 위기경보 ‘심각’ 단계다. 멧돼지의 번식철인 겨울로 접어들면서 ASF의 확산 우려가 높아 환경부가 방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겨울철새를 통해 전염되는 AI는 한번 발병하면 손쓸 겨를 없이 빠른 속도로 전파된다. 게다가 AI 바이러스는 감염된 가금류의 호흡기나 분변에서 대량 방출돼 인근 농장 등으로 쉽게 퍼진다. 문제는 고병원성 AI는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발병하면 치사율이 100%에 가깝다.

정부는 고강도 방역조치에 나섰다. ‘전국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내리고 AI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심각’으로 올렸다. H5N8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인체 감염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지만, 돼지가 감염되면 폐사율이 10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조류독감으로 코로나19 사태로 고통받는 상인들과 관련 업계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2016∼2017년 고병원성 AI가 발생, 전국에서 3천700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살처분했다. 경제적 손실이 1조 원을 넘고 전국 양계농가가 초토화된 아픈 기억이 남아있다.

조류독감과 돼지열병도 가축 전염병이긴 하지만 감염 확산 시 축산농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방역 당국과 축산 농가의 적절한 선제 대응과 대책으로 조기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축산농가가 많은 경북도는 초동 대응에 빈틈이 없도록 하고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힘겨워하는 국민들에게 또 다른 재앙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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