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병상난을 겪고 있는 타 시·도 지원에 나섰다. 지난 2, 3월 대구는 확진자가 연일 폭발적으로 증가해 일부 환자들이 입원치료를 기다리다 집에서 숨지는 비극적 상황을 겪기도 했다.

이후 다른 지자체의 병상을 이용하는 등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런 고통을 겪은 대구가 이제는 다른 지역 환자를 수용해 치료해주는 여유를 갖게 된 것이다.

대구는 지난달 하순 10일간 신규 확진자가 0~5명을 유지하면서 비교적 안정적 추세를 이어갔다. 1일 확진자는 11명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병상에는 여유가 있다. 물론 아직 마음 놓을 때는 아니지만 방역지침을 지키며 자발적으로 협조한 시민들 덕분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의 환자 20명이 소방구급버스 등을 타고 대구동산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산시는 최근 확진자가 급증해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리자 긴급 지원요청을 했고 대구시가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대구시와 부산시는 50명 이하 수준에서 경증 확진자를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부산은 지금 초비상 상황이다. 그간 대구 등 외지의 확진자를 받아 치료를 해준 적은 있으나 다른 지역으로 확진자를 보내는 것은 처음이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24일부터 매일 두 자릿수 확진이 이어지며 최근 8일간 220여 명의 확진자가 쏟아졌다. 지난 29일에는 51명, 1일에는 4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1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올리고 3단계 방역 수칙도 일부 적용키로 했다.

이에 반해 상황이 안정적인 대구는 여유 병상이 300여 개에 이른다. 현재 병상 사용률은 무증상·경증 병상(345개) 19%, 중증 병상(45개) 18%이다. 상황변화로 병상 가동률이 50% 이상으로 높아지면 지역대학 병원들과 협의해 48개 병상을 추가 설치한다. 경증 환자 2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생활치료센터도 즉시 개설하게 된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가치는 적절한 입원치료를 통한 생명보호다. 사태 초기 대구가 겪은 것처럼 지자체 간 협조가 안돼 병상에 여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타지 환자수용을 거부하는 사태가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최근의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1~2주 내 일일 확진자가 700~1천 명에 달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춥고 건조한 겨울은 코로나 방역에 취약하다. 무증상·경증 환자 증가로 확산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방심한 순간 지역사회의 확진자는 급증하게 된다. 마스크 쓰기, 손씻기 등 개인방역 수칙을 지켜 ‘방역 모범 도시’로 변신한 대구의 위상을 지켜가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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