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현장을 가다 (76) 일원농원

발행일 2020-12-01 18:44:4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귤화위지는 이제 옛말!! 경주에 한라봉이 주렁주렁

농사를 농학이라고 말하는 공부하는 농부의 뜨거운 열정

내가 익힌 농사기술은 누구에게나 공유하고 싶어

한라봉과 곤충을 결합한 체험농장을 게획하는 74세 청춘 농주

이상달 대표가 한창 익어가는 한라봉을 살펴보고 있다. 1월부터 수확에 들어간다.
제나라의 상국(수상) 안영이 초나라에 사신으로 오자 초나라 왕이 안영의 기를 죽이기 위해 제나라 출신 죄수를 잡아 심문을 했다.

“너는 어디 출신이고 무슨 죄를 지었는가?”라고 하니 “제나라 출신으로 도둑질을 하다가 잡혔습니다”고 답했다.

초나라 왕이 “제나라 사람들은 모두가 도둑놈들이군”하면서 비아냥거렸다.

안영이 그 말을 받아서 “귤화위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입니다. 저 사람도 선한 사람이었지만 초나라에 와서 살면서 이곳의 풍토에 물들어 도둑이 된 것”이라고 답을 하자 초나라 왕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세상만물은 자기가 살던 터전을 옮기면 변질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귤화위지가 이제는 옛말이 되고 있다는 것 보여주는 사례가 농업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에서 재배되던 감귤(만감류)이 바다를 건너 내륙 깊숙한 곳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이다.

한라봉은 영주·제천까지 올라갔고, 바나나는 태안까지 진출했다.

경주에서 한라봉을 셀레봉이라는 자신만의 브랜드로 개발해 재배하는 강소농이 있다.

일원농장의 이상달(74) 대표는 3천300㎡의 하우스에서 셀레봉과 1천300㎡의 사과대추를 재배해 연간 1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

이상달 대표와 아내인 최영자씨가 한창 익어가는 한라봉을 살펴보고 있다.
◆ 특수모터 가술자가 농사기술자로 변신

이 대표는 부산에서 특수모터 공장을 운영했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토크(Torque)를 국산화하면서 호황을 누렸단다.

주변에서 성공했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사업이 한창 번창하던 2003년에 어머니의 건강이 나빠졌다.

공기 좋은 곳에서 요양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경주로 터전을 옮겼다.

경주에서도 모터 관련 일을 하다가 2007년에 농업으로 전환했다.

시작은 딸기였다.

노동력이 많이 들고 힘은 들었지만 맛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농장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직거래로 판매하다보니 소득도 높았다.

그러나 농장 인근에 왕복4차로의 산업도로가 뚫리면서 찾는 사람들이 급감했다.

바로 판매에 문제가 생긴 것.

딸기농사를 그만두고 개똥쑥과 양봉으로 전환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옆에서 동생이 하우스에서 한라봉을 재배하는 것으로 보고 도전했다.

그때부터 독학으로 한라봉 재배법을 익혔다.

몇 달을 매달린 끝에 자신감도 얻었다.

토지와 시설, 지하수 등 모든 조건이 맞았다. 제주도에서 묘목 300주를 구입해 심었다.

5년이 지나면서 탐스러운 한라봉이 주렁주렁 달렸다.

아내인 최영자씨가 한창 익어가는 한라봉을 살펴보고 있다.
◆ 셀레봉이란 자체 브랜드 개발

현재 경주에서는 7곳 농가가 한라봉을 재배하고 있다.

모두가 농사 전문가여서 자신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품질의 한라봉을 생산하고 있다.

지역 특산물로 발전시키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신라봉, 육지봉, 천년봉’이라는 공동브랜드를 개발해 사용했다.

그러나 농가마다 재배방식과 기술의 차이로 인해 문제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품질이 제각각이었다.

소비자의 평가가 극과 극을 달렸다.

극찬과 혹평이 교차했다.

당도와 식감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

특히 당도의 차이가 심했다.

품질의 균일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경주 한라봉이 외면 받을 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에서 셀레봉이라는 독자 브랜드를 개발했다.

셀레봉은 항산화와 항암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셀레늄을 물로 희석해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브랜드화 한 것이다.

셀레늄을 사용한 셀레봉은 이 대표가 3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자신만의 재배법이다.

카이스트에 근무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벼와 참외에 사용한 사례는 있었지만 한라봉에 사용하는 재배법은 이 대표가 처음 개발했다.

아내인 최영자씨가 한창 익어가는 한라봉을 살펴보고 있다.
◆ 과일의 생명은 당도

과일의 품질을 평가하는 기준은 많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당도다.

당도에 따라서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똑같은 냉면이지만 맛에 따라 7천 원을 받는 식당이 있는 반면에 2만 원을 받는 식당도 있다. 과일도 마찬가지다”라고 이 대표는 말한다.

맛 좋은 과일이 좋은 가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셀레봉은 당도가 20브릭스 정도로 높다.

수박의 당도가 11브릭스 정도이고 샤인머스캣은 16~18브릭스.

애플망고가 20브릭스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셀레봉의 당도를 가늠할 수 있다.

그 비결은 비료에 달렸단다.

자신만의 맞춤형 비료를 사용한다.

생육주기에 맞춰 아미노산 계통의 비료를 적정량을 시비한다.

좋은 비료를 구입하기 위해 매번 비료공장을 방문해 성분분석표와 시험성적서를 확인한다.

가격이 비싸지만 품질이 좋은 비료를 선택하는 것은 농사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농가보다 비료 구입비용을 50% 정도를 더 투자한다.

최고의 당도라고 자랑하는 셀레봉의 비결이다.

이상달 대표가 한라봉 과수원을 배경으로 포장 상자를 들고 있다. 셀레봉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사용한다.
◆ 아열대 과일의 북상

지구온난화로 아열대 과일의 북상은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1.8℃ 상승했다.

대구·경북지역도 지난 45년간 0.63℃가 높아졌다고 한다.

온도 수치만으로는 실감하기 어렵지만 농산물의 생산성과 품질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

대구의 사과가 경북북부를 거쳐 강원도까지 북상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 농민들도 아열대 과일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이 대표는 말한다.

만감류의 경우 재배도 무난하다.

물 관리도 쉽다.

봄철 가뭄과 장마철 과습에도 잘 견딘다.

여름철 고온관리도 무난하다.

환기와 저온에는 관심을 갖고 영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하면 된다.

노동력이 많이 들지는 않지만 7월에 열매를 하나씩 끈으로 매달아야 하는 작업은 힘든 일이다.

과일의 무게 때문에 일일이 매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열대 과일에 대한 수요는 충분하지만, 가격 경쟁력은 농민의 몫이다.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고품질의 과일을 생산하는 것이 관점이다.

이 대표는 재배를 원하는 농가가 있으면 그 동안 자신이 익힌 재배기술을 언제든지 제공하고 농장도 개방한다.

한창 익어가고 있는 한라봉 모습.
◆ 전량 직거래의 비결

셀레봉는 1~3월에 순차적으로 수확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당일 수확해 당일 배송을 원칙으로 한다.

일시에 수확을 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인력이 없이 부부의 힘만으로도 수확이 가능해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판매는 전량 직거래다.

농장을 방문객이나 전화 주문이 대부분이다.

유명 백화점으로부터 입점 제안을 받았으나 사양했다.

유통업체의 수출 제안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한 번도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고 자랑한다.

품질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경주는 일조량이 많고 일교차가 커서 만감류 재배에 적지로 꼽힌다.

비옥한 토양과 습도도 적당하다.

이런 조건으로 인해 원산지인 제주도보다 품질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도와 식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재구매도 높다.

지난해에는 8회까지 재구매한 고객도 있었다.

◆ 배우고, 배운 것을 나누는 삶

이 대표의 공부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농사가 아니라 농학이라고 부른다.

농업은 마지막 순간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한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인터넷을 뒤지고, 책을 사고 교육을 받는다.

토양과 병해충 방제, 비료 등 농업과 관련된 기초서적은 모조리 섭렵한다.

이제는 인문학 분야까지 확대했다.

앞으로의 농장은 체험과 관광, 스토리텔링 등 무한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다.

자신이 익힌 기술은 원하는 사람들과 언제든지 공유한다.

안동과 영주지역까지 찾아가 한라봉 재배기술을 전수했단다.

무슨 작물이든지 주산단지가 조성돼야 기술과 유통 등 모든 분야에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제는 체험농장을 준비하고 있다.

한라봉 수확을 체험하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추억을 만들어가는 농장을 만드는 것이다.

어린이 체험객을 위해서 한라봉과 곤충을 결합한 체험도 계획하고 있다.

“한라봉을 수확하면서 장수풍뎅이와 장수하늘소를 관찰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상상만으로 즐겁다”며 “어린이들의 밝은 웃음소리를 듣고 자라는 한라봉의 맛이 기대된다”고 하는 이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청춘’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민간전문위원)

이동률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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