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어느덧 2020년 마지막 달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올 해 실적 확정 작업이 한창일 것이고, 기업에 속해 있는 개개인으로서는 한 해 업적 평가가 끝나서 내년도 계약을 앞두고 회사와 조정 중인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특히, 올 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업종들이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소속 개인들도 그만큼 처우에 변동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니,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가 내년에는 더 어려워지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이 본격화돼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전환됨과 동시에 세계 수요가 점차 살아나 대부분의 업종에서 업황과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0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개개인과 가계 여건 개선은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겠지만, 어쨌든 좀 더 희망적인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마냥 낙관적인 기대에만 의존할 수는 없어 보인다. 코로나19사태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는 있지만, 기저효과로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누리기는 힘들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로 충분히 경계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여기저기 산재해 있거나 돌연 발생해 우리 산업을 위협할 것으로 우려되는 리스크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높은 주의와 적절한 대응을 필요로 한다.

전체 산업을 대상으로 보면 먼저, 백신이 보급돼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더라도, 일상화된 비대면 환경이 여전히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편의성과 효율성이 기대되는 재택근무나 온라인 거래 및 교육 등은 여전히 활용가치가 높을 것이고, 5G나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등 무인 자동화 기술, 정보보안 기술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인 반면 이에 익숙하지 않거나 경쟁력이 약한 업체들은 리스크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감축하려는 각국의 탄소중립 목표 추진 또한 당장에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U가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고, 일본과 중국이 늦어도 2060년까지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환경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바이든 신행정부도 이와 유사한 정책을 추진할 전망인 등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수립 중이며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한 정책들이 쏟아질 예정이다. 그동안 개도국 처우를 받던 우리 기업들도 이제는 탄소중립에 대해 진지하게 대응할 때가 온 것이다.

자국우선주의에 기반한 만연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리스크도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세계 주요국들의 수입규제 강화와 자국 기업 회귀를 장려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은 이제 딱히 새롭지도 않은 리스크다. 하지만, 자국우선주의가 자국산 상품 우선주의로 파급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수입규제는 더 한층 강화될 것이 뻔하고, 이런 리스크를 감내할 수 없는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수출 상대국 내 생산거점 확보를 위한 투자나 경영 환경 변화와 같은 새로운 리스크를 져야만 한다.

그렇다고 한중일과 아시아 개도국들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다자통상체제를 마냥 즐기고 있을 때도 아니다. 경제규모로 보나, 인구 규모로 보나 세계 최대 규모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맺어져 우리 기업들에게는 분명 호재임이 틀림없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의 입장이 새로운 행정부를 맞아 어떻게 변할지 누구도 모르는 상황이다.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신기술들의 은혜를 얼마나 누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AI나 빅데이터 등을 이용해 생산성 제고나 신비즈니스의 창출 등으로 새로운 경쟁원천을 찾으려는 우리 기업들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기는 어렵다. 이처럼 신기술에 대한 투자와 시장 니즈가 높은 만큼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것도 큰 리스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말 못한 더 많은 리스크들이 있지만, 아무쪼록 내년에는 이들과 작별을 고하고, 기회로 가득 찬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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