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그늘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

▲ 내 우울한 젊음의 기억들
▲ 내 우울한 젊음의 기억들
◇내 우울한 젊음의 기억들/홍상화 지음/한국문학사/380쪽/1만1천200원

시대의 그늘에서 상처받았으나 뜨겁게 삶을 껴안은 사람들의 이야기 ‘내 우울한 젊음의 기억들’이 한국문학사에서 출간됐다.

그간 작가 홍상화의 작품세계는 두 개의 커다란 기둥으로 이뤄져 있었다. 한국 소설사에서 처음으로 독재와 부패의 시대상황 속에서 권력과 돈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우리 사회의 거품스러움을 낱낱이 해부해 화제가 되었던 세태소설 ‘거품시대’ 그리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냉전시대에 북한의 간첩과 남한의 정보요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도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인간 존재의 본질적 문제를 탐구하여 주목을 끌었던 ‘정보원’이 바로 그것이다.

작가가 이번에 내놓은 ‘내 우울한 젊음의 기억들’은 이 두 작품세계의 축을 하나로 품으면서도 세상에 대한 더 따스한 시선, 인간에 대한 도저한 애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작가는 상처 입고 부서진 사람들의 서럽고 원통한 사연들을 무겁게 끌어올려 이야기하면서도 “함께 아파하기”라는 생명의 지혜를 발휘함으로써 그 모든 상처의 시간들을 치유하고자 한다. 상처받은 자만이 진정으로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다는 통찰력을 갖춘, 진정한 치유 작가로서의 문학적 성취가 유감없이 발휘된 치유의 소설들이다.

이 작품집은 원래 ‘능바우 가는 길’이란 제목으로 2000년 출간됐던 것을, 2년 전 타계한 문학평론가 김윤식 선생을 기리는 마음에서 작가가 재구성해 선보이게 된 것이다. 사실상 김윤식 선생에 대한 헌사이자 작가 자신의 문학적 열정을 되새기는 새로운 다짐의 선서이기도 하다.

지은이 홍상화는 2005년 소설 ‘동백꽃’으로 제12회 이수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문예지 ‘한국문학’ 주간과 인천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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