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매년 500~600명의 환경미화원들이 각종 안전사고를 당하고 있다. 하지만 근무여건 개선은 겉돈다. 청소차 뒤에 불법으로 설치한 발판이 제거되자 뒷범퍼에 매달려 가는 경우가 등장했다. 환경미화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쓰레기 상차 작업을 하는 웃지 못할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1월 6일 새벽 승용차가 쓰레기 수거차를 추돌해 뒤편에 타고 가던 50대 환경미화원이 숨지는 사고가 대구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한달이 지난 현재까지 지역의 쓰레기 수거 현장에는 곳곳에 위험이 남아 있다.

사고 발생 후 대구지역 지자체들은 청소차 발판을 제거했다. 그러자 작업 시간에 쫓긴 환경미화원들이 뒷범퍼에 매달려 이동하는 경우도 나타난다고 한다. 발판이 있을 때보다 더 위험하다. 보완 대책없이 문제가 된 부분만 손을 대니 문제가 더 커진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만 피해가자는 전형적 편의주의 행정이다.

환경미화원들이 이동 시 조수석에 타지 않는 이유는 수거 지점마다 내려 쓰레기를 차량에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 200~300회 정도 지상 1m 높이의 조수석을 오르내려야 해 작업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무릎에 충격이 가해져 부상을 입기 쉽다는 점도 조수석을 꺼리는 이유다.

환경미화원들이 자부담으로 구입한 오토바이를 타고 청소차와 같이 이동하는 것도 문제다. 미화원들은 과로와 수면 부족을 호소한다. 시간에 쫓겨 어두운 밤길을 오토바이로 내달릴 경우 또 다른 사고 발생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근본 문제는 작업량이 과중하다는데 있다. 넓은 구역을 짧은 시간 내 처리해야 돼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야간 대신 주간 근무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작업환경 개선의 우선 목표다.

대구지역의 경우 생활 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들이 자체 처리시간 등을 감안해 오후 3시 이전까지만 폐기물을 반입한다. 미화원들이 야간 수거를 하지 않으면 시간을 맞출 수 없다. 이에 따라 반입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또 주간에 수거할 경우 도로 교통량이 늘어 시간이 더 걸리고, 악취 등을 이유로 민원이 발생하기 때문에 쉽게 수거 시간을 옮기기도 어렵다고 한다.

타고 내리기 편한 저상 청소차 도입도 시급한 과제다. 저상차는 발판 대신 양 옆에 미화원이 탑승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안전하다. 이미 부산 해운대구 등은 도입에 나섰다.

비용이 들더라도 환경미화원 숫자를 늘려 작업량과 작업시간을 줄여주고, 장비를 확충하는 것만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다. 주민과 지자체 모두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원한다면 투자를 해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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