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시의사회 정홍수 수석 부회장
▲ 대구시의사회 정홍수 수석 부회장




-대구시의사회 정홍수 수석 부회장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확진자와 사망자(12월5일 기준)가 각각 6천500만 명, 150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 방역의 기준을 제시하며 코로나 확산 방지의 롤모델이 된 우리나라의 상황은 비교적 양호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황도 역시 코로나로 인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충격을 받았으며 지금도 그 충격은 이어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악조건에서도 대구를 중심으로 한 국내 의료진은 코로나로부터 국민들을 지키고자 최일선에서 코로나와 사투를 벌여왔다.

국가도 감당할 수 없는 대규모 바이러스 감염 사태에서 의료계가 헌신적으로 국민들을 지켜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의료계와 정부가 한 뜻으로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중대한 시기에 정부는 공공 의대 설립 등으로 대표되는 4가지 의료정책을 추진하려고 했다.

이 같은 의료정책을 추진하는 데 의료계를 배제한 것은 물론 정책 방향도 불합리했다.

그래서 의료계는 극심한 저항을 했다.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을 이탈했고, 의사들은 파업으로 저항했다.

또 의료계의 미래인 의대생은 수업을 거부했으며 본과 4학년들이 의사국가고시를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같은 의료사태는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왜 정부가 코로나라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의료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했는지 의문이 생긴다.

정부가 밝힌 표면적인 명분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 부족한 의료자원을 확보하고 의료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정책이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고 부족한 의료인을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될까?

정부가 추진한 의료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근본적인 원인 해결을 위한 진지한 접근과 의료계와의 상호 협력 등의 과정을 거쳐 의료전달체계를 시스템화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4대 의료정책은 의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접근 방식이 잘못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성 있는 의료정책을 수립하려면 현재의 의료전달체계 상황과 지역 의료계 실정을 정확히 짚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는 1989년 전 국민의료보험 실시와 함께 시작됐다.

의료이용의 편의, 의료자원의 효율성 도모, 지역 및 의료기관 간의 균형발전, 국민의료비의 절감 및 재정안정을 목표로 추진된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고자 진료권을 설정해 의료 이용 지역화 및 단계화를 도모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1인당 진료비는 감소하지 않았고, 3차 의료기관의 이용 건수도 감소하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후 정부는 의료전달체계를 여러 차례 보완했지만, 의료기관 간의 경쟁 구도가 고착화됐고 비효율과 중복이라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결국 대형 의료기관과 1차 의료기관의 양극화는 심해지게 된 것이다.

오히려 대형병원의 환자 집중 현상과 중소병원의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더불어 동네의원들에게 부여된 1차 의료기관의 핵심적 역할도 상호 간의 입장차와 국민들의 인식 부족 등의 문제로 지지부진해졌다.





개선되지 않은 의료전달체계로 인한 문제점과 현 상황을 짚어보자.



먼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이다.

상급종합병원 이용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기준 1인당 연간 외래 일 수가 16.6회로 OECD(평균7.1회)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평균 재원일도 18.5일로 OECD 국가 평균(8.2일)의 2배가 넘는다.

또 지난 10년 간 전체 외래환자가 평균 22%증가한 반면 상급종합병원의 경우는 66%나 급증했다.

반면 동네의원은 14%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상급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수치다.



이와 함께 지역 환자의 수도권 유출이 심화된 것도 문제로 꼽힌다.



2018년 기준 수도권 상위 5개 병원의 지방 환자 비율은 외래가 2008년 대비 18.2%에서 23.9%, 입원환자가 29.5%에서 36.1%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2018년에 대구시의사회가 실시한 6개 대형병원과의 공청회와 설문조사를 통해 지역 환자의 수도권 유출로 인한 환자의 불편과 경제적 손실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1차 의료기관의 중요성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서울대병원이 실시한 대국민 인식조사에서 가벼운 수술(맹장수술 등)을 받을 때 선호하는 의료기관은 1차 의료기관이 1.5%, 2차 의료기관이 37.0%, 3차 의료기관이 61.4%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문제점들을 통해 1차 의료기관이 시행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의 한계도 있지만, 국민의 인식과 의료수가 등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고 의료전달체계의 올바른 정립을 위해 대구시의사회는 대구시와 6개 대형병원과 함께 ‘지역의료발전과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고 토론회도 열었으며 5차례의 공청회를 진행했다.

그렇지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은 여전히 심하고, 이로 인한 지역경제의 손실은 막대한 수준이다.

지역에 우수한 의료진이 많으나 현재의 의료전달체계에서는 1차 의료에서 3차 의료까지의 유기적 관계 설정이 힘들어 지역환자 이탈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의사 숫자를 늘린다는 일차원적인 접근 방식이 아니라, 과거부터 이어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제대로 인식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첫걸음은 의료전달체계를 더욱 견고히 확립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통해 동네의원 및 중소병원은 경증 질환자와 만성 질환자의 진료에 집중하고, 대형병원은 중증 질환자의 치료에 나서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자리를 잡는다면 환자의 만족도, 진료의 적정성, 진료의 성과, 경영의 효율성 등이 개선될 것이다.

특히 의료전달체계 확립은 지역 1~3차 의료기관들이 상호 협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

이렇게 된다면 축적된 의료기술을 보유한 대구의 우수한 의료기관을 찾는 타지역 환자가 크게 늘어나며 지역경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중국 고사 중에 ‘양체재의(量體裁衣)’라는 문구가 있다.

‘몸에 맞게 옷을 고친다’는 뜻으로 처한 상황에 따라 적합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말이다.

의료계는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지역의료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정부는 제대로 된 원인 분석을 통한 실질적인 의료정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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