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세명기독병원, 관절 특성화로 전국 정형외과 수술 1위

발행일 2020-12-09 09: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정형외과 내원 환자 매년 10만 명 이상…한해 수술 평균 1만건 내외

24시간 수술 시스템… 정형외과 수술 30%가 응급

지역 5개 종합병원 꼴찌에서 10여년 만에 선두 변신

심장·암·소화기·뇌신경센터도 수준급… 내년 3월 뇌병원 개원

포항세명기독병원 암센터가 운영 중인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 장비(PET-CT).
포항세명기독병원 한동선 이사장.
포항세명기독병원 뇌혈관센터가 뇌혈관조영술을 하는 모습.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비교해 전체적인 의사 수가 적은 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 간 의료 인력과 장비 수준의 편차가 크다.

따라서 지방에서 큰 병에 걸릴 경우 환자 대부분은 서울에서 치료를 받기 원한다.

그 병이 촌각을 다투는 응급 질환이라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지역 환자들이 수도권 병원으로 떠나는 원정 진료는 끊이지 않고 있다.

반면 수도권과 대구 등지에서 거꾸로 진료를 위해 지방을 찾는 역외 진료도 있다.

관절 특화 전략을 통해 지방 병원의 한계를 뛰어넘은 포항세명기독병원이 좋은 사례다.

포항세명기독병원은 6·25전쟁 중이던 1950년 12월, 함흥에서 포항으로 피난 내려온 설립자 고(故) 한영빈 박사가 세운 포항기독의원에서 출발한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지방도시 포항에 위치한 작은 규모의 종합병원이었다.

진료과목은 대부분 갖고 있었지만 환자들에게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분야는 없었다.

의료 수준도 그저 그런, 작은 백화점과 같은 병원이었다.

환자들에게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진료과목도 없었다.

당시 지역의 5개 종합병원 중 실적이 꼴찌였다.

그러나 서울에서 심장내과 전문의로 일하던 한동선 이사장이 부친에 이어 병원 운영에 뛰어들면서 현재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귀향 당시 한 이사장은 포항이 철강도시 특성 상 안전사고 등에 따른 장애 발생 비율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미래에는 정형외과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병원이 살아남으려면 전문 분야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도록 환골탈태가 필요했다. 중장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절질환 진료를 특성화하기로 결단을 내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한 이사장은 관절질환 환자가 몰린다고 소문난 병원마다 찾아 고개를 숙이며 경영비법을 배웠다.

한참을 수소문하던 중 병원 근처에서 수지접합 수술로 이름을 알리고 있던 동네의원 원장을 만났다.

그가 바로 국내 어깨관절질환의 권위자인 당시 세명정형외과의원을 운영하던 류인혁 원장이다.

한 이사장은 2002년 류 원장과 함께 정형성형센터를 열고, 병원 이름도 세명기독병원으로 바꿨다.

한 해 예산의 30% 이상을 정형성형 분야에 투자했다.

특화할 수 없는 진료과는 과감히 문을 닫았다.

▲정형외과 분야 서울 대형병원 초월…수술 실적도 능가

과감한 결정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정형성형센터는 문을 연 지 1년 만에 환자가 몰린 것.

내부 공간 부족으로 정형성형센터를 신축 확장해 현재는 400병상 규모로 늘었다.

센터의 객관적 실력은 서울의 대형병원들을 능가하는 수술 실적에서 증명된다.

지난해 수술 실적 8천600건을 기록해 전문병원 지정을 위한 복지부 평가에서 정형외과 단일 분야에 전국 최고 수준을 인정받았다.

수술이 많을 때는 한 해 1만2천여 건에 달하기도 한다.

병원 관계자는 “손에 꼽히는 서울의 대형병원들조차 연평균 8천~9천 건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정형성형센터에서는 하루 평균 60여 건의 수술을 한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정형외과적 수술이며, 이중에서도 30% 이상은 응급수술이다.

대규모 철강단지와 바다를 끼고 있는 포항의 특성상 응급 사고가 많기도 하지만, 24시간 응급수술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포항세명기독병원은 단순히 부러지거나 어긋난 뼈와 관절을 고쳐 줄 뿐 아니라, 미세현미경을 이용한 접합수술까지 완벽하고 깔끔하게 끝낸다.

다른 병원에서 실패한 인공관절 수술 환자가 이곳에서 재수술을 받고 걸어 나간 일도 적지 않다.

과거 정형외과 장애진단서를 떼러 병원에 온 환자가 수술을 받고 장애등급이 필요 없는 상태로 완치돼 돌아간 일화는 지금도 지역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인근 대구, 부산은 물론 서울에서도 환자가 찾고 있을 정도다.

현재 대구·경북지역에서 보건복지부로부터 ‘관절질환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유일한 병원이기도 하다.

▲심장·암·소화기·뇌신경센터도 차례로 문 열어

미래를 내다보는 한 이사장의 안목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결단은 국내 최고 정형외과 전문 병원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정형성형센터의 성공 사례를 잇기 위해 병원 측은 심장, 소화기, 뇌신경, 암센터도 차례로 문을 열었다.

심장센터는 2004년 포항 최초로 급성심근경색 치료에 필수적인 심혈관조영촬영 장비를 도입해 지금까지 관상동맥 스탠트 삽입술 7천례 이상을 시술했다.

지난 10월에는 포항에서 유일하게 정부가 시행하는 ‘심장질환 재택의료 시범사업 시행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소화기내시경센터는 내시경초음파검사가 가능한 장비를 구비하고, 조기 암의 내시경적 점막절제술 등의 치료 내시경을 내시경 전문의가 직접 시술한다.

내시경 소독장비를 완벽하게 구축하고 조직검사 장비를 1회용으로 사용해 감염원으로부터 안전하다.

뇌신경센터는 ‘Time is brain’을 슬로건으로 신경외과·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등 10여 명의 뇌질환 관련 전문의가 진료를 하고 있다.

경북에서 최초로 디지털 혈관조영 진단장비와 최신 수술현미경 등 첨단장비를 구축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 뇌졸중치료 1등급으로 지정돼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암센터는 지역 내 암환자들의 지속적인 사후관리와 항암치료를 돕기 위해 2017년 12월 개소했다.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암환자들을 일일이 잡을 순 없지만 이들이 수술을 마치고 항암제, 방사선 등을 위해 멀리 통원해야 하는 어려움을 돕기 위함이 설립 목적이다.

지난해 6월 지역 최초로 간암 수술에 성공하는 등 수술 실력도 최상위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암센터에는 공공병원도 하기 힘들다는 ‘호스피스’ 병상을 마련해 말기 암환자들의 연명치료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내년 3월에는 뇌 전문병원도 운영한다.

뇌병원은 모든 뇌질환의 치료가 가능한 특화된 치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 내과 및 재활의학·정형외과 등과 협진부터 치료, 재활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케어를 구현한다.

또한 지자체 치매안심센터, 치매돌봄터, 요양시설 등과 협력해 주민 치매극복을 돕는다.

▲대구·경북 최초 하이브리드 수술실 등 최첨단 장비 구비

포항세명기독병원은 현재 1개 병원(정형성형병원)과 4개의 전문센터(심장·뇌혈관·암·소화기내시경)를 주축으로 24개 진료과에 114명의 전문의와 일반의 7명의 모두 121명의 의사가 근무하고 있다.

또 700여 명의 간호사와 150여 명의 의료기사를 포함한 전체 직원은 1천600여 명이며, 운영 병상은 총 728병상에 달한다.

이 병원이 지방 중소병원에서 10여년 만에 국내 최고 수준의 정형외과 전문병원으로 도약한 배경에는 우수 의료진 영입과 첨단장비의 지속적인 확충이 있다.

세명정형성형센터에는 전문의만 20여 명에 달하고, 특히 수부외과 분과 전문의 자격증 소지자는 전국에서 가장 많다.

매일 오전 8시 전체 스태프 회의에서 환자 정보와 치료 경험을 공유하며, 논의 결과는 병원 전체적인 수술과 진료에 반영된다.

그 결과는 다시 논문으로 학회에 발표된다.

한 이사장은 “2005년 이후 매년 국·내외 학회에 1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며 “이는 어지간한 대형 병원도 하지 못하는 연구 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병원이 갖춘 첨단의료장비는 어지간한 대학병원을 능가한다.

대구·경북 최초로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구축했으며, 혈관조영촬영 장비 3기를 운용하고 있다.

640채널 CT 역시 대구·경북에서 가장 먼저 도입해 현재 2대를 운용 중이다.

이밖에 1.5T MRI와 3.0T MRI를 각각 2대씩 보유하고 있다.

암센터 개설과 함께 2018년 1월 최신형 선형가속기인 바이탈 빔(Vital beam)은 물론 지역 최초로 전신촬영을 통해 작은 암세포나 기타 종양들을 판독하는 PET-CT(양전자방출 단층촬영)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들 장비의 도입에 따라 기존에 호흡을 잘 참지 못하거나 부정맥 등이 있어 심장CT 촬영이 어려웠던 환자들도 정확한 촬영이 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뇌의 각 영역에 공급되는 혈류량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일반조직과 잘 구별되지 않는 간세포 암도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됐다.

2021년 3월 완공 예정인 뇌병원 조감도.


포항세명기독병원 정형성형센터 의료진.


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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