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가 이해 못 할 사회상에 대한 분노를 작품으로 표현해내
이곳에서 ‘작업하는 사람, 작업하려는 사람’으로 불리기를 원하는 청년작가 나동석(27)씨를 만났다.
그는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기 적합한 매체로 영상설치 작업을 선택했다고 했다.
거대한 사회적 구조와 시스템 안에서 자신을 포함한 개인이 어떻게 규정되고 관계 맺는지에 대한 작업을 해오고 있는 그는 대학을 다니던 2018년부터 ‘공장-노동자’ 연작을 진행해오고 있다.
전시주제인 ‘KOREANIZATION’에 대해 작가는 “80년대 일본은 고도 성장을 거듭하면서 미국을 넘어 세계를 제패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자신감은 어느 순간 거품과 함께 꺼져버렸다. 버블붕괴 이후 일본의 모습을 경제학자들은 ‘Japanization’이라 불렀는데 저성장의 늪에 빠진 일본의 상징이 돼버렸다. 이 ‘일본화’라는 말의 어두운 단면이 ‘Koreanization’이 나온 배경인데 이 단어로 한국 사회의 단면과 그 속성을 비유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성세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80·90년생들의 생각과 감정을 이야기하고 싶다”며 “한국 사회 젊은 세대들의 분노는 대단한데, 근원적으로 젊은 세대의 분노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할 수 없는 사회상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했다.
젊은 세대가 표출하는 분노를 분석한 내용이 고스란히 작업에 반영돼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 작업은 내가 이해하는 사회 군상을 표현한 것으로 사회군상이 조금 더 빠르게 변화시키면서 재구축하고 다시 해체되는 과정을 시각요소로 구성했다”면서 “이 작업에서 특히 중요한 요소는 건축적인 드로잉”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그 매개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상징을 수치화해 영상에 삽입했다. 또 반대편의 아날로그 TV 영상을 구성하는 것은 인터넷 상에서 수집한 사람들의 텍스트이다. 좌우로 빠르게 지나가며 읽혀지는 방대한 텍스트는 한국인들의 바쁜 소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계명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한 그는 이번 수창청춘맨숀의 기획전시 공모전에 당선돼 사회구조의 모습과 사람들의 모습을 건축적 드로잉 모습으로 영상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는 내년 쯤 독일 등지로 예술적 견문을 넓히는 세상 공부를 계획하고 있는 청년 작가 나동석의 실험적 예술세계는 이달 27일까지 수창청춘맨숀 1층 B동 전시실에서 이어진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