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9일 전직 대통령 과오 대국민 사과 예고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예고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과 탄핵 사태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계기로 또다시 당내 잡음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이 힘을 실었던 ‘공정경제 3법’ 등을 놓고 반발이 이어진 바 있다.

일각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역전하자 보수 강경파의 지도부 흔들기가 다시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전날인 지난 6일 김 위원장은 9일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겠다고 밝히자 비대위 체제 자체를 흔드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7일 원내대변인인 배현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누가 문재인 대통령을 탄생시켰나. 김종인 위원장마저 전 정부 타령하시려는가”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미 옥에 갇혀 죽을 때까지 나올까 말까 한 기억이 가물가물한 두 전직 대통령보다, 굳이 뜬금포 사과를 하겠다면 문 정권 탄생, 그 자체부터 사과해주셔야 맞지 않는가”라며 “이 나라 헌정사를 뒤엎고 국민 삶을 뒤엎는 문 정권을 탄생시킨 스승으로서 ‘내가 이러라고 대통령 만들어준 줄 아냐’는 이 한 마디, 뜨겁게 기다렸다”고 지적했다.

장제원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이 당내 최다선 의원을 비롯한 많은 의원과 당원들이 반대하는 당의 과거에 대한 사과를 강행하려고 한다”며 “절차적 정당성도, 사과 주체의 정통성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월권이다.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의 사당이 아니고 의원들과 당원들이 김 위원장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사과가 취임의 조건이었다면, 애당초 김 위원장은 이 당에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단 한 번의 의원총회도 거치지 않은 사과가 절차적 정당성을 가진 사과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무소속인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을)도 “여당 2중대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 이·박 전 대통령 사과라고 보여지는데 그것을 강행하는 것은 5공 정권 하에 민정당 2중대로 들어가자는 이민우 구상과 흡사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이·박 전 대통령의 역사적 공과를 안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사과는 민주당 2중대로 가는 굴종의 길일 뿐”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반발에도 김종인 위원장은 소신대로 사과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당내 진통은 이어질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대구 수성갑)가 “현재 사과에 대해 당내에 반대 의견도 있고 사과를 할 경우 분란이 더 커질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밝히자 바로 “사과를 못하게 하면 비대위원장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면서 사퇴의 뜻까지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당내 반발 목소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러나 크게 구애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사과를 예고한 9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4년째 되는 날이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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