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종경
▲ 남종경
남종경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직원

요즘 신문을 보면 갑갑하다. 정치, 경제, 부동산, 일자리, 검찰개혁, 외교, 안보 등 국정전반 어디하나 성한 곳이 없다.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꽤 오래 됐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국가행정 전반에 정책다운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정책실종이다.

부동산 이야기부터 하겠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국민들의 주거불안 문제가 심해졌다. 약속한 부동산 안정화는 이미 물 건너갔다. 정부에서 콕 찍어 규제한 지역을 시작으로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일어났다. 폭등한 집값을 따라 전월세가격도 급등하고 임대차3법 실패로 임대물량도 급감했다. 무주택자, 세입자, 서민층 실수요자 구분 없이 반시장적 아마추어 정책으로 고통 받고 있다. 교각살우의 현장이 따로 없다. 쇠뿔은 못 잡고 소만 잡은 꼴이다. 그러는 사이 민생은 점점 무너졌다. 내놓은 정책마다 실패를 거듭하더니 자산양극화도 사상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검찰개혁도 후퇴하고 있다. 정권비리 수사방해, 내로남불식 차별적 정의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불화의 문제는 개인, 조직차원의 문제를 넘어 공정·정의 가치 파탄, 대한민국 국가 품격의 훼손 문제로 수렴되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로 식물검찰총장, 직무정지, 징계처리 될 수 있는 것이 현재 이 나라 국정과 법치, 공정, 정의의 현주소다.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진보가치를 부르짖던 정권에서 정의, 공정, 법치, 민주의 가치가 더욱 후퇴하고 있다. 진보가 아니라 확실한 퇴보다.

일자리 상황도 심각하다. 취업자수 급감, 실업률 상승, 비경제활동인구, 구직단념자수가 대폭 증가했다. 세금 내는 일자리는 줄고 세금 쓰는 일자리만 느는데 고용사정이 회복되고 있다고 실상을 왜곡하고 있다. 이쯤 되면 무능도 염치의 문제다. 일자리 정부라는 말이 부끄럽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전반에 절망과 포기, 미래세대의 불안을 표현하는 부정적 신조어가 많이 발생했다. ‘영끌’, ‘이생망’, ‘벼락거지’ 등 속뜻을 살펴보면 거의 대다수가 민생과 직결된 말이다.

벌써 연말이다. 돌아보니 대한민국 구석구석 참 많이도 요란하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적잖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국민이 선택한 올해의 사자성어가 어떤 뜻을 담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는 몇 해 전 선정된 파사현정을 다시 한 번 추천한다. 국가의 전반적 상황이 그 시절 그때와 묘한 기시감이 든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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