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주택가격, 이윤 없는 예‧적금…주식 몰리는 청년들

발행일 2020-12-10 18:29:4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신용거래 융자 규모, 지난 3월 6조 원에서 11월30일 역대 최고치 17조 원 넘어서

20대의 신용융자 규모 총액 162.5% 폭증

9일 직장인 A씨가 본인의 휴대전화로 주식가격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1. 대구지역 공기업에 다니고 있는 이모(32)씨는 석 달 전 아내 몰래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종잣돈 5천만 원과 직장인 대출 1억 원으로 ‘언택트주’에 분산투자해 40%의 수익률을 올렸다. 대출금만큼 수익을 볼 때까지 주식투자를 계속 할 계획이다.

#2. 직장인 김모(29)씨는 주위에서 주식투자로 수익을 내는 것을 보고 주식 공부를 시작했다. 내 집 마련이 꿈인 김씨는 직장에 다니며 모으는 돈으로는 집 사는 것을 꿈도 꿀 수 없어 주식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치솟는 주택 가격과 이윤 없는 예‧적금으로 청년들이 빚을 내서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기업이 몰려 있는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A은행은 지난 11월까지 20~30대 직장인의 신용 대출이 전년대비 2배 정도 늘었다.

근처 영업점인 B은행도 30대의 대출 문의와 건수 증가 상황은 마찬가지. 은행 관계자는 지난 11월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 발표로 미리 대출을 받은 것이라 귀띔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의 신용거래 융자 규모는 지난 3월 6조 원에서 지난 11월30일에는 역대 최고치인 17조 원을 넘어섰다.

‘2030 청년층’의 신용융자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대의 신용융자 규모 총액은 지난 9월15일 기준 4천200억 원이다. 1년 전 1천600억 원에 비해 162.5% 폭증했다.

같은 기간 30대 신용융자 규모도 83.9% 늘어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0.50%로 유지되는 사실상 제로금리 상황에서 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이 낮아 빚을 내서 주식 등에 투자하는 청년층이 늘었는 이유로 분석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기관 대출 등으로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하는 경우 주가 하락시엔 반대매매, 추가 채무 발생 등으로 손실 규모가 걷잡을 수 없게 된다”며 “본인의 상환능력을 감안해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 신중히 투자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년층들이 주식 투자에 뛰어든 원인 중 하나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지목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구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 6월부터 꾸준하게 올라 11월 기준 평균 3억2천만 원이다. 수성구 아파트의 경우 11월 평균 매매가격은 5억6천859만 원으로 1년 전 5억221만 원에 비해 6천만 원 넘게 올랐다.

중구 일대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지난해 11월 3억6천912만 원에서 5천만 원 넘게 올랐다.

30대 회사원 김모씨는 “대구지역 주택 중위 가격이 3억 원을 넘기고 대출 규제에 빚마저도 질 수 없는 상황이라 주식 투자를 통한 자산 증식만이 해답으로 느끼고 있다”고 했다.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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