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40대 후반의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담배 냄새를 심하게 풍기며 외래 진료실을 찾아왔다.

평소 소화 불량이 있어 건강검진을 했는데 췌장에 혹이 생겼으니 큰 병원 가보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혈액 검사와 영상 검사를 통해 췌장체부에 발생한 췌장암으로 진단해 수술을 했다.

대부분의 췌장암은 황달이나, 복통, 당뇨발생, 체중 감소 등 증상이 있어 발견되는 경우 암이 상당히 진행돼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환자는 수술이 가능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 6개월 만에 암이 간으로 전이돼 현재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금연 통한 예방과 조기 검진이 중요

국가 암 검진 프로그램과 정기 건강검진 프로그램 덕분에 대부분의 암이 조기 발견돼 5년 생존율의 괄목할만한 향상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췌장암의 예후는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고 다른 소화기 암에 비해 생존율이 1/3에도 못 미친다.

췌장암 원인은 확실히 밝혀진 건 없지만 흡연을 할 경우 상대 위험도가 5배가량 증가한다.

따라서 췌장암 예방에서는 금연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비만, 당뇨병, 만성 췌장염, 음주, 가족성 췌장암, 고령 등이 관련 있다고 하지만 단정적이지는 않다.

다행스럽게 최근에 췌장암에 주효한 항암제가 개발돼 좋은 결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금연과 생활 습관의 개선으로 췌장암을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조기 검진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발견해 외과적 절제를 하는 것이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최선의 방법이다.

진단장비의 발전으로 1~2㎝ 미만 크기의 췌장 종양이 검진에서 자주 확인되고 있다.

이 경우는 절제 수술을 한다면 완치까지 생각할 수 있는 췌장 낭종(물혹)인 경우가 많다. 낭성 종양은 대부분 양성 경과를 나타내지만 시간이 경과할수록 악성화 세포로 변형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악성화되기 전에 절제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췌장은 해부학적 위치가 주위의 여러 장기와 복합적으로 연결돼 췌장 두부에 혹이 있는 경우 췌장, 십이지장, 담도 등 병합절제를 시행해야 한다.

그래서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이 췌장 몸통이나 꼬리 부분보다는 높아서 수술을 결정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러므로 췌장종양의 악성화 정도와 종양의 위치, 수술 후 합병증 발생 위험, 환자의 연령 및 컨디션을 고려해 위험과 이득을 잘 따져서 이득이 많다고 판단될 때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환자 상태와 발생 위치 등으로 4가지 종양 구분



췌장 낭종(물혹)은 환자의 연령, 성별, 종양 내용물의 성상, 췌장에서 발생 위치와 모양 및 크기 등이 서로 달라 4가지 정도의 특징적인 종양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표적인 췌장 낭성종양으로 종양 내에 포함된 물질의 성상에 따라 장액성 종양과 점액성 종양으로 나눈다.

주췌관의 연관성 여부에 따라 췌관 내 유두상 종양, 종양의 성상에 따라 고형 가유두상 종양 등으로 세분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적인 소견을 미리 알아 둔다면 췌장암에 걸렸다는 불필요한 공포심에서 어느 정도 벗어 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장액성 낭성종양은 고령의 여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종양으로 췌장 몸통과 꼬리에 주로 발생하며 벌집 모양의 비교적 작은 낭종 여러 개가 합쳐져 있는 형태로 내부에 섬유화 또는 칼슘이 침착된 상태다.

수술 후 대부분 양성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술 전 영상에서 장액성 낭종이 의심된다면 크기가 크지 않은 이상 수술하지 않고 경과 관찰하는 것이 좋겠다.

둘째 점액성 낭성종양은 40~50대 여성에서 발생하며 췌장 몸통 및 꼬리에 주로 발생하며 비교적 큰 형태의 낭종이 합쳐져 있거나 한 개의 큰 낭종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장액성 낭종보다 악성화 하는 경우가 몇 배나 더 많아 영상 검사에서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했다는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

셋째로 고형 가유두상 종양은 청소년기 및 젊은 여성에서 발생하는 종양으로 종양 덩어리 내부에 출혈이 일어나고 2차적으로 괴사성 낭종을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악성화 가능성은 조금 낮지만 젊은 여성에서 발생함으로 조기에 절제하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으로 췌관 내 유두상 점액 종양은 특징적으로 주췌장관이 늘어나 있고 점액성 췌장액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특징이다.

췌장관을 막아 췌장염을 주로 일으키기 때문에 복통이 잦다.

또한 고령의 남자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악성화 하는 경우가 가장 높기 때문에 발견되면 적극적인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

복강 내에 발생하는 소화기 계통의 암들은 진단 방법 및 수술 기법의 향상으로 예후가 좋아지고 있으나 췌장암은 과거와 비교해서 예후에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췌장암의 전구 질환으로 생각되는 췌장 낭성 종양이 진단기법 및 조기 검진의 영향으로 점점 많이 발견되고 있으므로 조기에 적절한 판단을 해 치료한다면 머지않아 췌장암의 예후와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간담췌외과 김용훈 교수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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