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인구감소의 영향이 심각하다. 대학입시생이 50만 명 이하로 떨어져 정원미달 상황이 발생했다. 종족보존 본능은 인간에게도 당연히 존재한다. 그렇다고 동물처럼 번식이 곧 삶의 목적인 건 아니다. 인간은 이성을 가진 ‘생각하는 갈대’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험하고 사는 게 힘들면 자식 낳을 생각을 접는다. 사랑하는 자식을 고통스런 세상에 내보내기 싫은 까닭이다. 콘돔과 피임약이 즐비하고 여차하면 중절수술도 가능한 현실이 날개를 달아 준 셈이다. 그 대가는 외면하고 단지 섹스의 쾌락에만 중독된 우리들의 자화상이 부메랑이다.

이런 환경에서 출생률을 제고하려면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편안한 현재와 장밋빛 미래가 가까이에서 어른거려야 행복한 삶을 희망하고 추구한다. 행복한 삶을 기대할 수 있어야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법이다. 출생률 제고는 행복한 생활에서 파생되는 과실이다. 출생률 저하는 삶이 팍팍해 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증좌다. 청년실업이 만연한 상황에서 아이를 낳아달라고 독려하는 것은 난센스다.

행복한 삶은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만족이 뒷받침된 상태에서 기대가능하다. 물질적 풍요는 경제적 영역에서 욕망을 채워주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인간의 기본적 생존요건인 의식주도 경제력에 달려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화는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니겠지만 필요조건 정도는 된다. 정신적 만족은 문화예술 영역에서 행복으로 넘어가는 건널목이다. 문화예술은 감성에 작용해 사랑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정신적 만족이 결여된 물질적 풍요는 불행을 키우는 온상일 뿐이다.

물질적 풍요는 경제활동을 통해 달성되는 결과물이다. 경제활동의 과실을 개개인에게 나눠주는 도구가 일자리다. 우리는 일자리를 통해서 경제성장의 과실을 분배받고 물질적 욕망을 채우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경제를 살리는 일이 급하고 다음 단계로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이 뒤따라야 한다. 경제는 기업이 주도한다. 공공부문은 기업이 이익을 내고 투자를 늘려갈 수 있도록 유익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조력자일 뿐이다.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성장하면 개인의 소득원인 새로운 일자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

정신적 만족은 문화의 활성화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 문화예술은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에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문화예술의 육성은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이다. 문화예술이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으나 그 가격은 시장 메커니즘에 맡겨진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무임승차’로 가격이 원가 이하로 떨어지고, 낮은 가격은 문화상품의 질을 더욱 떨어트린다. 질 낮은 문화상품은 다시 가격을 떨어트리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결국 문화예술 수준은 떨어지고 정신적 만족은 물 건너가고 만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외부의 자극이 필수적이다. 공공부문이 시장에 적극 개입해 공공재의 질을 높이고 공급량을 늘려 삶의 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전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이유 있다고 한다면 문화예술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의미 있고 필요하다. 무임승차를 막을 수 없다면 공공부문이 차비를 대신 내줘야 한다. 가격을 낮춰 문화예술의 수혜범위를 확대하려고 한다면 적정가격과의 차액 분을 문화예술인에게 지급하는 것이 맞는다. 돌아가는 길 같지만 멀리 가는 길이다.

문화예술인을 현창하는 사업도 좋은 방법이다. 이미 돌아가신 분들에게 돈을 써서 무엇하나고 불평할 수 있다. 유럽의 문화예술 선진국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 땅에 살다간 빼어난 문화예술인을 숭모하고 현창하는 문화적 배경이 그 땅을 위대하게 만들고, 그 땅에 살고 있고 또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에게 자긍심을 주는 것이다. 자존감과 자부심은 삶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문화적 향기로 충만한 유럽이 비록 느리게 돌아가지만 앞서가는 이유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조상 팔아 편하게 살아간다.

인구감소란 위기를 극복하려면 경제의 성장 발전과 문화예술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양자는 서로 별개로 보이지만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해 상생적인 외부경제를 일으킨다. 쉽지 않겠지만 위기가 닥쳤다고 움츠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잃지 말아야 한다. 위기를 타개하고 비약적인 발전을 향한 적극적인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쳐야 할 때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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