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역시 전문가들의 예상이 맞았다.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잠시나마 진정세를 보이던 코로나19가 겨울 들어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국과 미국을 시작으로 주요국들의 백신접종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글로벌 경제도 백신주도형 V자 회복이 생각보다 빨리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점차 커지고 있기도 하다.

이런 기대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살아나고 있는 수출 실적이 앞으로는 좀 더 빠른 속도로 좋아질 것이고, 관련 기업들은 누구보다 먼저 백신의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부문도 마찬가지다. 주요국들과 시차는 있겠지만, 국내에서도 내년 봄이면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어서 우리 국민 개개인은 물론 업황 부진에 시달리던 소상공인을 포함한 기업인들의 여건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백신이 가져올 긍정적인 영향은 일일이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많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기대 이상으로 크게 우려되는 것들도 많다. 예를 들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소상공인, 중소기업, 저소득층 가계 등에 대한 각종 지원책들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것들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취약계층에 속하는 가계와 한계기업에 관한 문제는 지금부터 사전 대책을 마련해 두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회복해 가는데 있어서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을 중심으로 한 취약계층의 경우, 백신 보급으로 경기가 회복돼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자리와 소득의 시차(time lag) 때문에 경기 개선의 온기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차 극복 과정에서는 여전히 정부와 공공부문의 지원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국가 재정 측면에서는 부담이 크게 축소되는 것도 아닐 뿐 더러 위기 후 성장력 확대를 위한 자원에 제약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계기업에 대한 문제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이자도 못 갚을 정도로 회생가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겨우 파산만 모면한 한계기업을 일컬어 좀비기업(zombie companies)이라 한다.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정부의 위기대응을 위한 지원이 끊기거나 약화된다면 이런 좀비기업들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곧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이미 이런 좀비기업들이 상장사 중에서만 4천여 개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내년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상장사들이 한계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자영업을 포함한 소상공인들이 대거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의 상장사들과 비상장기업이지만 한계에 직면한 기업들까지 이런 상황을 맞게 된다면 우리 경제에는 더 이상의 악재가 없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 든 이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생력이 없는 한계기업들을 대규모 실업이나 지역경제의 악화 방지 등의 이유로 무리하게 공적 자금을 투입해 살리는 것도 길게 봐서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이다. 물론, 기술력이나 영업력 등 경쟁력을 갖춰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때문에 위기에 처한 기업이라면 살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말이다.

이제 곧 2021년이 시작되고,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될 것이다. 그러면 모든 것이 점차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남긴 상처는 여전히 크게 남아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코로나19가 가져온 경제사회적 변화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장도 담보할 수 없다. 특히, 산업 측면에서는 구조조정과 함께 비대면화, 원격화, 탄소중립과 같은 시대적 흐름에 대한 답을 찾아 하나씩 실천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마침, 정책 당국이 우리 산업 육성 정책의 근거가 되는 최상위법인 산업발전법의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 볼 일이다. 구조조정이든 신산업 발전이든 이번이야 말로 누구나가 쌍수를 들어 반길 정도의 법개정안과 정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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