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대구고용노동청에서 긴급고용안정자금을 수령했는데 몇 달이 지난 지금와서 갑작스럽게 환수 요청을 받았다. 긴급생계지원비와 중복 수령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정부에서 지원하라고 해서 한 것뿐인데 그땐 아무 말도 없더니 지금 와서 이러는 건 너무하다”며 “안 그래도 경기가 어려운데 한꺼번에 목돈을 내놓으라 하면 어떡하냐”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로 정부가 나눠줬던 지원금이 연말 ‘환수 폭탄’으로 돌아오면서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6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9일부터 긴급생계지원비와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의 복수 수령자에 대한 환수조치를 진행 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고용노동부는 특수형태 고용, 프리랜서, 자영업자, 무급 휴직자 등에게 1인당 최대 150만 원을 지원했다.
두 지원금은 중복 수령이 불가능함에도 정부의 실수로 다수의 중복 수령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 초반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긴급하게 지급 명령이 내려지다 보니,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게 원인이다.
현재 고용노동부에선 이들 복수 수령자에 대한 규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환수 기한을 올 연말(12월31일)까지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올해가 2주가량 남은 시점에서 100만 원이 넘는 돈을 갑자기 마련해야 한다. 대출 한도가 넘어 돈 빌릴 때가 마땅치 않은 소상공인들은 황당할 따름이다.
대구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업무 시스템상 올해 회계 안에 나간 금액에 대해서는 올해 안으로 환수를 해야 한다. 내년으로 넘어가면 담당자가 바뀌어 업무 처리가 힘들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시스템이 없다 보니 대구지역 복수 수령자 환수처리를 다른 지역 고용노동청이 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환수 방법에 대해서도 매뉴얼이 마련돼 있지 않아 담당자들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일부 시민들은 보이스피싱 등으로 의심해 끊어버리는 촌극도 발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원금 신청 당시 소득과 매출 감소, 직종, 고용보험 가입 여부만 필수로 기재했고 주소 입력 사항은 필수 입력 사항이 아니었다”며 “워낙 사안이 시급하고 처음 있는 일이다 보니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대구대 이진숙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코로나19로 예측 불가한 상황에서 대상자를 제대로 선별하지 못하는 상황은 백번 이해한다고 쳐도, 환수를 정부 회계 일정에만 맞춘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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