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발행일 2020-12-21 09:16:2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김상진
김상진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전 국민 누구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휴대폰 사용방법부터 취업 연계교육까지 생활 속 디지털 교육을 무료로 받아보세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2020년 9월부터 국민들의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교육을 위해 설치한 ‘디지털 배움터’를 홍보하는 문구다. 리터러시는 당초 문자화된 기록물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즉 문해력을 뜻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나날이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의 영향으로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 및 대처하는 능력으로 그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말로 정리된 용어는 없으나, 일부에서는 ‘역량’으로 쓰고 있다.

디지털 배움터가 설치된 이유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기 위한 필요조건인 디지털 대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됨에 따라 발생하는 디지털 격차가 일상생활 속 불편을 감수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적, 경제적 기회 차별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이젠 더 나아가 개인의 디지털 역량이 생존의 조건이 되는 세상이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인류의 일상이 비대면 온라인 환경에서 이뤄지면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난 현상이다.

디지털 배움터는 전국의 행정복지센터, 평생학습관, 도서관 등 생활SOC 1천여 곳에 설치돼 있다. 대구에는 20곳이 있다. 8개 구군별로 살펴보면 남구 1, 달서구 4, 달성군 3, 동구 2, 북구 2, 서구 2, 수성구 4, 중구 2곳이다. 이는 서울 224곳을 제외하더라도 6대 광역시 중에서는 가장 적은 수치다. 부산에는 대구의 10배가 넘는 241곳이나 설치됐다. 이어 인천 51, 대전 33, 광주 32, 대전 33, 울산 27, 대구 20 순이다.

디지털 대전환이 가속화되는 시대를 맞아 리터러시 교육이 절실한 또 다른 영역이 바로 미디어 영역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미디어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가운데, 이를 통해 정보를 취득하는지 여부에 따라 정보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정보격차는 미디어 활용능력, 즉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또한 별다른 가치가 없어 보이는 미디어 정보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자본을 창출해내는 데이터가 되는 빅데이터 시대에는 무엇보다 이를 활용하는 사람의 역량이 부각된다.

특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역기능을 방지하는 대목이 중요하다. 디지털 미디어와 소셜미디어 등 뉴미디어의 발달에 따라 뉴스를 비롯한 미디어 정보가 대량 생산되는 가운데 가짜뉴스, 광고성 뉴스, 낚시성 뉴스, 인플루언서의 가짜 후기, 악성댓글 등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취향저격형 알고리즘 작동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 현상이 심화되면서 시각의 양극화를 뜻하는 확증편향이 강화되는 현실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시급한 이유다.

궁극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시민들을 위해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진행함으로써 가짜뉴스 등 역기능적인 미디어의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비판적 사고능력을 배양한다. 또한 디지털 미디어와 소셜미디어의 부상에 따라 요구되는 다양한 소통능력을 습득함으로써 창의적 미디어 활용능력 제고와 1인 미디어 생산자 육성에 일조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과 역할 증대에 이바지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 8월 ‘디지털 미디어 소통역량 강화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정부의 ‘코로나19 이후 시대 핵심과제’의 일환으로 관계부처와의 지속적인 논의와 협력을 통해 마련됐다. 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에 따르면 범정부 민·관협의체인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협의체’ 구성 및 운영을 시작으로 중·장기 한국형 미디어교육 비전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관광체육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소관 분야별로 다양한 미디어교육을 실시해 왔다. 이 때문에 관련 법안도 다양한 국회 상임위에서 산발적으로 등장해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현황을 살펴보면 초·중등학교와 대학교에서는 해당 연령대에 맞는 교육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으나, 은퇴세대를 포함한 성인을 위한 교육은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시청자미디어센터 등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어르신 세대를 포함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취약한 실정이다.

대안으로 정보 리터러시(Information Literacy) 교육이 진행되는 공공도서관을 성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공간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공공도서관은 시민역량 강화를 위해 전국적으로 1천100곳 이상 설치된 평생교육기관으로,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공공도서관을 계속 늘리는 추세이기 있기 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위해 별도의 공간을 확보하는 수고로움과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게다가 이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하는 공공도서관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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