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이 신년 초 정국을 달구고 있다. 손학규 전 민생당 대표가 사면에 불을 지폈고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화답했다. 정치권에 찬반 논란이 뜨겁다. 하지만 국민 통합을 위해 사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정부·여당은 이제 인도적 차원에서도 결단을 미뤄서는 곤란한 상황이 됐다.

손학규 전 대표는 지난해 마지막 날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위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이어 이낙연 대표는 “새해 첫날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다. 지지층의 찬반을 떠나서 건의 하려 한다”고 했다.

그러자 야권에서는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이용하려는 ‘정치 쇼’라고 비난하며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친문 지지층을 중심으로 이낙연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며 강한 반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3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사면론의 배경 설명과 이해를 당부하는 등 당내 반발 잠재우기에 나선 모양새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3년10개월째 영어(囹圄)의 신세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오래 감옥 생활 중이다. 이 전 대통령도 1년3개월째 수감 중이다. 앞서 1년7개월 동안 자택 격리도 했다. 대구·경북에서도 역대 대통령의 구속 기간을 감안했을 때 2년 만에 특별사면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구금 생활을 너무 오래 하고 있다는 동정론이 많다.

이 전 대통령은 이미 징역 17년형이 확정됐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대법원 재상고심에서 형이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사면 요건을 충분히 갖춘다. 1년여 전 두 대통령의 사면설이 나왔을 때 형이 확정되지 않아 어렵다고 했다.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다. 현 정부 임기 내에 처리하는 것이 명분과 실리에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각각 69세와 80세의 고령인 점과 동부구치소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산 등 감염 위험도 높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물론 이에 반대하는 세력들의 목소리도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정치가 갈라놓은 국민 여론을 통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사면은 인도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야당의 ‘정치 쇼’ 주장도 일리가 없진 않지만 그래도 정치적 계산보다는 국민 통합이 우선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시기는 연초, 설 밑이 적기다. 더 늦춰서는 안 된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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