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환

객원논설위원

흔히 인사가 만사라 한다. 인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구성원이 몇 명 되지 않을 땐 유능한 리더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이 가능하고 또 효율적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통제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게 되면 그 목적 달성을 위해 전체 과업을 합리적으로 분할해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밖에 없다. 이는 위양한 하위목표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찾아내어 그에게 일정한 범위에서 리더의 권한을 함께 넘겨줘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업과 권한은 동전의 양면이다.

조직은 권한위임 과정에서 형성되는 분임단위의 계층이다. 조직은 권한위임의 결과물이자 리더십의 도구인 셈이다.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조직이 잘 짜여있고 그에 맞는 인재가 적재적소에 배치돼야 한다. 적재적소 배치는 인사의 종점이라 할 만하다. 인사가 만사라고 표현할 만큼 중요하다는 말은 적재적소 배치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적재적소 배치는 성과와 능력 그리고 공정성에 의해 좌우된다. 성과는 경력으로 나타나고, 능력은 전문성으로 측정된다. 공정성은 사적인 감정이 배제된 불편부당한 리더십 하에서 바로 선다.

인사에서 경력과 전문성이 무시되고 사적인 인연이나 호불호가 개입되면 적재적소 인사가 실현되기 어렵다. 인재가 조직의 적재적소에 배정되지 못하면 위임받은 조직의 과제를 수행할 수 없고, 그 목적 달성은 물 건너가고 만다. 인사를 잘 하면 만사가 문제없이 잘 돌아가지만 인사를 그르치면 만사가 망사가 된다. 각 조직에 속하는 직책의 직무를 분석해 그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고 필요로 하는 전문지식을 교육·훈련시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은 인사관리의 모든 것이다.

국가조직의 인사라고 별다를 건 없다. 그 사람이 거쳐 온 경력과 전문성을 분석해 성과와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한 다음 최종적으로 인사권자의 사적인 관계를 걷어내고 공정하고 사심 없는 인사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다. 직무가 요구하는 경력도 없고 전문지식도 증명할 수 없는 사람을, 단지 사적인 인연이 있거나 선거의 승리에 기여했다는 사실만으로, 개인적인 빚을 갚는다는 목적에서 인사를 감행하는 것은 공을 버리고 사를 취하는 어리석은 일이다.

성인군자를 장관으로 발탁하라는 얘기가 아니고 완전무결한 사람을 국회의원 후보로 내보내라는 말이 아니다. 평균적인 도덕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그래도 눈감아줄 수 있다. 사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면 경력이나 전문성을 문제 삼지 않을 터이다. 그 직책을 감당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을 갖춘 인사라면 설사 인사권자의 선거캠프에 몸담았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다지 시비를 걸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있다. 욕먹을 사람만 용케 골라내는 희한한 선구안에 혈압이 오를 뿐이다. 국민의 화를 돋우는 재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그저 보통만 해도 감지덕지할 텐데.

최근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상황은, 비록 다른 이유가 차고 넘치겠지만, 인사 실패에 대한 국민의 질타이기도 하다. 소득주도성장이나 원전폐기 등 정책실패도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지 못한 탓이다. 검찰개혁은 검찰을 잘 아는 검사출신이 칼을 잡아도 될 동 말 동하다. 사법부 판사 출신에게 계속 그 임무를 맡기니 감정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잘 풀릴 리 만무하다. 외교부, 국토교통부, 교육부 등도 마찬가지다. 비전문가 문외한이 수장을 맡는 것이 어느덧 일상이 됐다. 그런 부서가 잘 돌아간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자잘한 외교적 실수와 외교정책의 표류, 아파트 가격 폭등과 전월세 대란, 역대 급 청년실업, 교육정책 불신, 코로나 방역 실패 등도 다 마찬가지다. 사계 전문가나 베테랑을 인정하지 않으니 아마추어 수준을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실패는 예정된 결과일 뿐이다. 스스로 자기 눈을 찌른 격이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도 역시 마찬가지다. 최고의 수사기관장에 수사경험이 없는 변호사를 선임했다. 마치 섶을 지고 불길로 들어가는 꼴이다. 이 정도면 정말 인사가 망사다. 이런 어설픈 정부를 믿고 의지하기엔 세상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간다. 복 받을 생각만 하고 있기엔 나라사정이 너무 어지럽다. 각자도생이 유일한 살길이다. 신발 끈을 고쳐 매고 마음을 다잡을 일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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