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되찾아야 할 미덕들

발행일 2021-01-06 10:03:3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이번 연휴 동안 쉬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시간이 흘러 새해를 맞이 하긴 했지만 여전히 무거운 마음을 내려 놓기가 쉽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보급이 막 시작된 와중에 변이종이 확산되는 등 코로나19의 기세는 여전히 꺾일 줄 모르는데다가 우리 경제는 물론이고 개개인의 삶의 여건도 특별히 아주 좋아질 것이 없어 보이는 지금 마음이 편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정작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지난 수년 간 우리 경제와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잃어버려 화합과 번영의 길을 걷기보다는 갈등과 반목의 도가니에 갇혀 도대체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른 채 아귀다툼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과연 이런 현상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나 있을 것인지 하는 생각이었다.

잘 알다시피 우리 경제는 산업화에 빠르게 성공하면서 양적인 팽창에는 성공했지만, 질적인 부문에서 해결하지 못한 많은 문제점들을 남겼다. 특히,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는 대표적인 예로 가진 자(기득권)와 그렇지 않은 자(비기득권)와의 긴장을 높여 늘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의 양적 팽창조차도 순조롭지 않아서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게 됐을 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진전이나 플랫폼화 등 산업생태계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새로운 양극화 현상을 야기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서 더 염려스럽기까지 하다. 더군다나 상황이 이러다 보니 우리 경제와 사회가 양적으로는 물론 질적으로도 더 번영하기 위해 추구해야 할 가치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혼란도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던 1944년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는 자신의 저서 ‘노예의 길’에서 영국의 국력과 특성 그리고 성공의 바탕이 돼 왔던 ‘개인의 자주독립성이나 자립정신, 또는 개인 주도성,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감, 다양한 문제를 원활히 해결할 수 있는 개인의 자발적 행동에 대한 신뢰, 이웃에 대한 불간섭, 남들과 다르거나 특이한 사람에 대한 관용, 권력이나 정부에 대한 건전한 회의심 등’과 같은 영국인들이 가진 미덕이 서서히 붕괴되면서 국력이 쇠퇴해 가고 있음을 우려했다.

이 같은 하이에크의 우려는 유럽을 중심으로 나치즘과 파시즘이 기승을 부리고 전 세계가 전체주의로 흘러가는 것뿐 아니라 심지어 영국조차도 그런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위기의식을 대변하는 것으로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 반드시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지금 우리 경제와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철학이나 이념 혹은 사상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함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그만하면 차고 남을 정도로 치열한 논쟁을 거쳐왔으니, 이제 이런저런 핑계는 그만 두고 우리 경제와 사회는 물론이고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또,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갖춰야 할 우리 사회의 미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한 번 논의해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요즘 들어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구절로 시작하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명작 소설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가 자꾸만 떠오른다. 무엇이 잘못돼 가고 있는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고, 잘못 끼운 단추는 그대로 둔 채 나머지 단추를 아무리 잘 끼워 맞춰봐야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뿐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더군다나, 그 원인을 나 아닌 남의 탓으로 돌려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것조차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논쟁으로 아까운 세월을 보내고, 그 결과 반목과 갈등만 키운다면 그야 말로 아둔하고 비생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쪼록 새해에는 우리 경제와 사회에 대해 좀 더 희망적이고 전향적으로 변화해 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램이지만, 정말로 그렇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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