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지리 덕에 천혜의 자연환경 그대로 보존||소금강이라 불리는 청량산, 하늘다리 체험

▲ 봉화 청량산 설경 사진.
▲ 봉화 청량산 설경 사진.
봉화는 경북에서 가장 산골이다.

면적은 1천202㎢로 단일 지자체로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넓은 면적을 자랑하지만 대부분이 산지(전체 면적의 83%)다. 경북에서 가장 북쪽에서 위치하고 강원도와 접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봉화, 영양, 청송을 ‘BYC’라고 묶어 고립되고 개발되지 않은 곳의 대명사로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고립된 지리적 환경으로 인해 오히려 청정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훼손 없이 그대로 보존된 곳이기도 하다.

수려한 경관과 함께 유서 깊은 문화유산도 곳곳에 산재해 있다. 봉화에는 옛 선비들이 책을 읽고 풍류를 즐기던 누각과 정자가 103곳이나 된다. 누정 분야에서 전국에서 가장 많고, 가장 잘 보존된 곳이 또 봉화이다.

춘향전의 주인공 이몽룡의 실제 모델이 봉화에서 비롯됐을 정도로 양반의 체취가 남아 있는 곳이다. 봉화를 본관으로 한 정씨와 금씨가 태어난 곳이며, 안동에서 이주한 양반 가문의 동족 마을과 종택도 안동만큼이나 흔하게 볼 수 있다.

인문학 최초의 밀리언셀러 작가인 유흥준 전 문화재청장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봉화를 두고 ‘외지인의 상처를 받지 않고 옛 이끼까지 곱게 간직한 살아 있는 민속촌’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봉화를 진짜 사랑하는 사람들은 봉화의 전통마을이 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길 바란다’라며 답사를 포기하기도 했다.

그만큼 때 묻지 않고 청정함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며, 자연과 전통문화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곳이라 할 만하다. 위드 코로나 시대, 코로나를 이겨내며 건강하게 힐링할 수 있는 봉화로 떠나 보자.

▲ 단풍이 진 청량산의 가을 모습.
▲ 단풍이 진 청량산의 가을 모습.
◆소금강이라 불러주오, 청량산

봉화에는 해발 1천m 이상의 고봉이 10여 개에 달한다. 하지만 봉화를 상징하는 산은 단연 청량산(870m)이 첫 손에 꼽힌다.

봉화산은 명화면 북곡리에 있다. 봉우리마다 수려한 기암괴석으로 장관을 이뤄 일명 ‘소금강’으로도 불린다. 청량산은 기암괴석이 봉을 이루며 장인봉(의상봉)을 비롯해 석한봉, 자란봉, 축융봉 등 12개의 바위봉우리가 늘어서 있다. 봉마다 대(臺)가 있으며 자락에는 유리보전과, 응진전, 오산당(청량정사)이 있다.

산 곳곳에 깎아지른 듯한 충암절벽이 괴상한 모양의 바위봉우리들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바위봉우리들이 품고 있는 동굴 속에는 총명수, 감로수, 원효샘 등에서 샘물이 솟아나고 있다.

청량산의 아름다움은 이미 옛시조에서 ‘청량산 육육봉을 아는 이는 나와 백구뿐’이라고 읊는 데에서도 잘 드러난다.

퇴계선생은 어릴 때부터 청량산에서 글을 읽고 사색을 즐겼으며, 말년에도 틈틈이 이 산을 찾았다. 도산서원 건립 당시에도 청량산과 현재의 도산서원 중 어디에 건립할 것인가 고민했다고 한다.

청량산 하늘다리는 해발 800m 지점의 선학봉과 자란봉을 연결하는 연결 90m, 통과 폭 1.2m, 지상고 70m로 국내에서 가장 긴 산악 현수교이다. 2008년 봉화군이 유교문화권 관광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설치했다. 주요자재는 첨단 신소재인 PC강연 케이블과 복합유리섬유 바닥재를 사용했다. 통과 하중이 340㎏/㎡로 최대 100명이 동시에 지나갈 수 있도록 설계·시공됐다.

▲ 청량사 전경.
▲ 청량사 전경.
거대하고 빽빽한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연화봉 기슭 한가운데 연꽃처럼 둘러쳐진 꽃술 자리에 자리 잡은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3년(663)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송광사 16국사의 끝 스님인 법장 고봉선사에 의해 중창된 천년 고찰이다.

청량산에는 한때 신라의 고찰인 연대사와 망선암 등 27개의 암자가 있어 당시 신라 불교의 요람을 형성했다고 한다. 청량산의 최고봉인 의상봉은 화엄종의 시조인 의상대사가 입산한 곳이다. 이곳을 비롯해 보살봉, 연화봉, 축융봉 등 12개의 바위봉우리에는 불교의 색채가 묻어난다.

▲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전경.
▲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전경.
◆직접 느껴보세요, 청정 자연

봉화에는 청정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숲이 많다.

청옥산자연휴양림은 백두대간의 태백산에서 갈라져 나온 청옥산 동쪽 계곡에 자리한 우리나라 최초의 휴양림이다. 야영장은 청옥산 중턱 해발 800m에 자리하고 있어 한여름에도 파리와 모기가 없을 뿐 아니라 더위도 없다.

숲에는 수령이 100년 이상 된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 등이 빽빽이 들어서 있으며, 산림욕을 하면서 쉬기에 더없이 좋다. 40여 종에 달하는 침엽수, 활엽수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춘양목(금강송 나무)이라고 불리는 소나무 우량임지가 있어 숲으로는 전국 최고로 꼽힌다.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산림청 주관으로 춘양면 서벽리에 조성 중인 수목원이다. 총면적은 5천179㏊로, 2016년 개원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크게 생태탐방지구(4천973㏊)와 중점조성지구(206㏊)로 구분돼 있다.

생태탐방지구는 금강송 나무를 대표 수종으로 하는 자연생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550년 된 철쭉군락지와 꼬리진달래군락지가 있어 관람객들에게 천혜의 자연을 제공한다.

▲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중점조성지구 호랑이 숲에서 호랑이가 바위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중점조성지구 호랑이 숲에서 호랑이가 바위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중점조성지구는 연구, 교육, 체험이 함께 조화롭게 이뤄지는 공간이다. 측백나무를 이용한 미로원, 교과서원, 모험의 숲 등으로 식물에 대한 흥미를 유도하고 세계문화자원식물 등으로 식물의 아름다운 조화를 느껴볼 수 있다. 호랑이 숲에는 백두대간의 상징적인 호랑이가 서식하는 숲을 재연했다.

◆오지 탐험, 백두대간 협곡열차

백두대간 협곡열차는 봉화의 오지역을 거쳐 강원도 태백 철암역까지 가는 관광열차로 일명 ‘V-train’이라고도 불린다. 협곡(Valley)을 뜻하는 약자 ‘V’를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분천역을 출발해 30㎞/h 이하로 봉화 구석구석을 돌며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분천역을 출발해 비동역, 양원역, 승부역, 철암역까지 1편성 3량, 158석으로 1일 3회 운행된다.

앞에는 백호 모양을 하고 있는 기관운전차량과 뒤로 진분홍빛 객차가 이어진다. 모든 창이 통유리로 돼 있으며, 창문을 열고 닫을 수 있어서 시원한 바람과 계곡 물소리를 덜커덩 기차 소리와 함께 들으며 가는 열차이다.

내부 모습은 7080 클래식 감성을 담고 있다. 기차 내에 난로를 둬 난방과 함께 하던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봉화군은 전국에서 간이역이 가장 많은 곳이다. 협곡열차 운행구간인 영암선(현 영동선)은 한국전쟁 시기 험난한 산악 지형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우리 손으로 건설된 철도이다.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접근이 어려워 청정한 자연경관을 보유하고 있다.

낙동강 상류의 맑은 물과 때묻지 않은 자연경관을 몸소 걸으면서 감상할 수 있도록 ‘낙동강 세평하는길’을 조성 중이며 일부구간은 이미 개통했다.

▲ 청량산 하늘다리의 모습.
▲ 청량산 하늘다리의 모습.
◆양반 향기 물씬, 전통마을 체험

닭실마을은 조선 중종 때의 문신 충재 권벌 선생의 선조가 처음 개척한 곳으로 마을 모양이 풍수지리상 금계포란형의 지세를 갖춰 닭실마을이라 불리게 됐다. 충재 권벌 선생의 후손들이 500여 년간 집성촌을 이루고 살아왔으며,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종가 우측 거북바위 위에는 정자가 있는데 ‘첨암정’이라고 한다. 바로 옆에는 충재 유물 전시관도 있다.

봉화읍 해저리에 있는 바래미 전통마을은 마을이 지상보다 낮은 바다였다는 뜻으로 바다 밑을 뜻하는 사투리 ‘바래미’가 그 어원이다.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만 해도 마을의 논과 웅덩이에서 조개들이 나왔다고 한다.

마을 중앙에는 후학 양성을 위해 실학사상을 가르치던 서당이 있다. 서쪽에는 학이 날아와 앉았다고 하는 학정봉과 감태봉, 독립운동가 김뢰식 선생이 살던 남호 고택과 영규현, 김씨 종택이 자리 잡고 있다. 마을 전체가 전통가옥으로 형성된 의성김씨 집성촌을 이룬다.

▲ 닭실마을 내 위치한 첨암정의 모습.
▲ 닭실마을 내 위치한 첨암정의 모습.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