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신축년에 다들 행복하소(牛)

농협손해보험 경북지역총국장
손동섭

농협손해보험 경북지역총국장

흰 소는 여유와 평온을 상징한다고 하니 금년 한해는 코로나가 종식돼 여유와 평온이 함께하는 해가 되길 바래본다. 그런데 그 흰 소가 세월의 뭇매를 버티면서 회갑을 맞는다.

새해 연휴에 시집간 큰딸이 환갑잔치를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오길래 요즘 환갑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핀잔을 주면서도 어딘가 못내 아쉬움이 든다. 그렇다고 티를 내기도 쑥스럽다.

환갑잔치, 칠순잔치보다 더 성대한 집안 잔치는 손주들 돌잔치가 차지한지 이미 오래. 코로나사태가 오기 전 주말 뷔폐식당들은 온통 아이들 돌잔치 행사로 시끌벅적했음을 기억한다.

베이비붐세대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신축년 소띠들은 어느 해보다도 올해가 가장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회갑이라는 나이 듦에 쑥스러워 할 것이고 고령화시대에 초로(初老)의 첫 디딤에 쑥스럽겠다.

시골 고등학교를 졸업해서인지 동창생들 중에 유독 공무원, 교사가 많았던 시절. 그 시절 어른들은 자식들이 사범대에 들어가길 많이 원했다. 배우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함이었겠고 무엇보다 안정된 직장이라 생각해서일 게다.

그렇게 일명 정부미(?)라 일컬어지는 공직자 동창생 녀석들도 이젠 신축년 마지막 봉급쟁이가 돼 연금 받을 타령들이다. 일반미(?)들은 벌써 퇴직했건만!

출산 붐을 타고 태어나서 경제성장 붐, 사교육 붐 등을 겪은 베이비붐 세대는 늘 우리나라 경제 및 사회현상의 중심에 섰다. 부모를 봉양하면서 자녀교육과 혼사를 도맡아하는 샌드위치 세대로서 평생을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은퇴 무렵 남겨진 거라고는 아파트 한 채가 전부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그들을 우리는 베이비붐 세대라 일컫는다. 그들은 한국 현대사의 격동을 온몸으로 겪은 역사의 증인들이다.

이제 그들은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해야할 때다. 은퇴 이후의 삶을 흔히 제2의 인생, 인생 2막이라고 한다. 이제까지의 삶과는 다른 삶이라는 의미다. 앞만 보고 내달리며 경쟁하기 보다는 천천히 주변을 살펴가며 상생하는 삶, 자기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고, 또 무엇을 나누며 살아갈지 고민하는 삶이 필요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생명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기대수명이 OECD회원국 가운데 5번째로 높은 83.3세로 장수국가에 속한다. 그러나 건강수명은 평균65세로 남녀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65세가 넘으면 한두 가지 질병을 겪으며 점차 약에 의존하게 되고, 활동반경도 줄어들다 죽기 전 10년 정도는 병원신세를 지게 된다. 그렇게 평균 20년은 크고 작은 질병에 시달리 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120세 수명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존스홉킵스의대 토마스하팅 교수는 지난 150년 동안 인간수명이 매년 한 달씩 증가 했으며, 노화전문연구소 등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짧게는 15년, 길게는 80년 사이에 120세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빅데이타와 인공지능 기술이 수많은 돌연변이 암세포를 표적치료제로 매칭해 개인 맞춤형 암치료가 가능해짐에 따라 암 환자의 완치율 또한 증가해 현재 열 명 중 일곱 명의 환자가 5년 넘게 생존하며, 10년 이내 치매예방주사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러한 장수시대가 과연 축복이기만 할까? 당장 은퇴 후 60년이나 남은 긴 기간을 대체 뭘 하면서 살아야 하나, 의식주를 유지할 재산은 있나, 아프면 누가 나를 부양해줄까 등 걱정부터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축복이어야 할 120세 시대가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인류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장수혁명시대가 이제 현실로 곧 다가오고 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노인 빈곤율이 OECD 바닥권인 현실에서 개인별로 대비하지 않으면 미래는 암담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이젠 현실로 다가온 노령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전화기 충전은 잘하면서 내 삶은 충전하지 못하고 사네.’ 트롯신동 정동원의 여백 노래가사를 음미하며, 새해에는 모두가 흰 소의 기운을 듬뿍 받는 한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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