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새해, 세 번의 주말이 지났다. 대지가 온통 얼어붙었다가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자, 강변 수양버들 가지에 녹색이 어른대는 것 같다. 새해, 새로운 계획으로 저마다 가슴 부풀어 도전했으리라. 어느새 작심삼일이 돼 버린 것도 있을 터이지만, 건강한 몸을 위해 기울여야 하는 노력만은 양보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이들이 많다.

새해 인사말 중에 “많이 먹어도 살찌지 않고 더욱 건강하세요”라는 것이 제일 마음에 들어 저장해 뒀다. 맛난 것 챙겨서 먹고 나면 한때는 즐겁지만, 마음껏 야외활동을 할 수 없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불어나는 것은 필요 없는 살이다. 코로나 확진자도 두렵지만, 살이 확찐 자도 건강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 깊어지는 요즈음이다.

매일 산에 오르고 걷기를 즐기던 지인은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앉아 있기보다는 누워서 TV 시청하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 결과 체중이 뻥튀기 기계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불어났다. 코로나가 휩쓸고 간 1년 사이 거의 10kg이나 불었다니. 영화관에 들어서서 좌석을 찾을 때였다. 앞쪽에서부터 찾기 시작해 맨 뒷자리 좌석을 향해 올라가는데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자 작은 실내 공간에 숨이 가빠지는 소리가 크게 울리더라는 것이 아닌가. 알프스 트래킹을 두 번이나 다녀왔을 정도로 걷기도 운동에도 자신감이 있던 그였기에 순간 두려움이 일어나더라고 전한다. 혹시 “심장병? 몹쓸 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하는. 그길로 병원을 찾아 종합검진을 받았다. 결론은 갑자기 불어난 체중에 운동 부족으로 인한 합병증이 생기기 시작한다는 것이라지 않은가.

새해가 되면 첫 며칠은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금연이 가장 많이 세우는 계획이지만,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도중에 하차하는 이들도 많다. 술을 끊어버리겠다는 이들, 다이어트 시작하겠다는 분, 운동 열심히 해 날씬해지겠다는 이들도 많다. 그중에서도 꼭 빼서는 안 되는 것이 건강을 위한 좋은 생활 습관 기르기가 아니겠는가.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건강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 매일매일 빠지지 않고 매진한다면 누구나 겁을 내는 만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지 않으랴.

2020년 말, 우울한 기사들 속에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바로 세 모녀의 머슬 퀸 도전기였다. 근육을 길러 뽐내는 대회에서 세 모녀가 상을 받았다. 비키니 차림의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예쁜 얼굴의 두 딸과 오십 대 중반 미모의 엄마 얼굴을 들여다보며 내용을 기억할 정도로 기사를 정독했다.

2남2녀를 낳았던 평범한 주부, 마흔에 막둥이를 낳고 세 아이를 뒷바라지하느라 몸이 허약해졌다. 이석증으로 병원에 실려 가기도 해 운동을 시작한 엄마였다. 그녀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60세가 되면 머슬마니아 대회에 출전하는 거였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60대 머슬퀸 선수를 알게 됐고, “운동은 더 늦기 전에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에 대회를 3개월 앞둔 시점 출전을 결심했단다. 엄마의 대회 출전 계획을 들은 두 딸은 엄마에게 힘이 돼주고 추억도 쌓을 겸 동참했다. 낮에는 본업에, 저녁에는 운동에 몰두하며 고된 시간을 버텨냈다. 어려서부터 부모에게서 “공부보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자란 첫째 딸은 안 해본 운동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다양한 운동을 섭렵했고 공부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 명문대를 조기 졸업해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알파 걸. 둘째 딸 역시 공부와 운동에 만능이었다. 발레와 재즈댄스를 오래 배워 콩쿠르에 나가 상을 탔고, 중학교 때는 지역 대표 피구 선수, 고등학교 때는 학교 대표 농구 선수로 활약했다고 한다. 두 번이나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고등학교를 1년 휴학하는 고비도 있었지만, 이 역시 운동으로 재활을 해 극복했다니. 공부도 잘했던 둘째는 민족사관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를 졸업했고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공부도 운동도 미모도 모두 뛰어난 이들 세 모녀의 도전기가 세간의 이목을 끄는 것은 바로 결과가 놀라웠기 때문이지 않으랴. 엄마뿐 아니라 언니 동생 모두 입상 게다가 그랑프리까지 거머쥔 딸도 있었으니. 운동과 식이 조절하느라고 지옥 훈련처럼 힘들었을 그들이지만, 석 달의 노력과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됐으리라.

부러운 마음으로 올해 무엇에 도전해 볼까. 무슨 운동을 시작해볼까. 고민하며 나서는데 ‘서·거·달 운동’이라는 팻말 든 이가 눈에 띈다. 서고 걷고 달리자는 의미란다. 누워 있는 것보다는 앉아 있는 게 낫고, 앉아 있기보다는 서 있는 게 낫다는 설명이다. 설 수 있다면 걷도록 하고 걷는 중간 달리도록 하자는, 좋은 건강 습관이 되지 않겠는가. 몸을 움직이고 서고 걷고 달리기를 꾸준히 해 소띠 해엔 더욱 건강해질 수 있기를.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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