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비대면에 안일했나…SNS도 세 치 혀 조심

발행일 2021-01-20 15:35:4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신승남사회2부
말을 함부로 했다가 낭패를 보는 것을 설화(舌禍)라고 한다.

이 시대의 스승이셨던 법정스님이 가장 강조한 것 중 하나가 말조심이다.

스님은 어느 글에서 ‘세 치 혀가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내가 두 귀로 들은 이야기라 해서 다 말할 것이 못 되고 내가 두 눈으로 본 일이라 해서 다 말할 것 또한 못 된다’고 했다.

또 본 것과 들은 것을 모두 말해버리면 자신을 거칠게 만들고 결국 궁지에 빠지게 한다며 입을 조심하지 않으면 입이 불길이 돼 내 몸을 태운다고 경고했다.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려고 쏟아낸 말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자신에게 꽂히는 비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지적한 말이다.

말은 곧 그 사람의 생각이다.

또 소통이다.

그런 점에서 스마트폰 시대를 사는 요즘은 SNS의 게시글과 댓글이 곧 말이 된다.

최근 구미시의회 일부 의원이 올린 SNS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거칠거나 거짓으로 남을 해칠 목적으로 쓴 글은 곧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마주보지 않으니 모르겠거니 하지만 SNS 글에도 그 사람의 얼굴 표정과 글 쓸 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쓴 글에는 그리움이, 아름다운 꽃을 보며 감상을 적은 글은 사랑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이를 미워하고 시기하고 해코지하려는 글에는 서슬퍼런 칼이 도사리고 있다.

다른 이들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한 문장만 읽어도 그가 가진 마음과 표정을 알 수 있다.

새로운 것을 알려주고 자신이 가진 지식을 공유하던 소통의 공간이 SNS가 언제부터인가 누군가를 헐뜯고 공격하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SNS를 하기가 두려울 정도다.

많은 누리꾼이 SNS를 통해 위선을 떨며 끊임없이 누군가를 괴롭힌다.

그리고 그 글을 읽는 누군가는 글쓴이의 위선쯤은 눈감아 준다.

환호하며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단다.

이곳에서는 팩트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소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저 일방적인 주장이 있을 뿐이다.

한겨레신문 부설 사람과 디지털 연구소장을 지낸 구본권이 쓴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라는 책의 일부분이 떠오른다.

“전통사회에서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던 신언서판(身言書判)이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새로운 의미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통화 태도와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 문자 대화와 SNS에서의 표현법 등은 모바일 환경에서 누군가의 인상과 됨됨이를 판단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현대적 의미의 ‘세 치 혀’로 통하는 SNS에서도 대화의 기준을 바로 세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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