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방문 포기, 생계 걸린 자영업자 '대목 날아갔다'며 허탈 ||대구 확진자수 가파른 감

▲ 1월 대구 코로나 신규 확진자 추이
▲ 1월 대구 코로나 신규 확진자 추이


정부가 현행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설 연휴까지 연장하면서 지역 사회 곳곳에서 허탈감을 넘어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설 연휴 가족 모임이나 고향 방문이 사실상 금지된데다 오후 9시 영업 제한도 계속돼 소상공인들은 명절 대목을 바라보기 힘들게 됐다. 차례상 음식 장만을 앞두고 반짝 특수를 기대한 시장 상인들의 실망감도 더해지면서 유례없는 우울한 설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에게 이번 조치는 생계가 걸린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임영숙 대구지부장은 “가뜩이나 외식을 자제하는 분위기에서 외식업계가 침체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번 설은 아예 기대감마저 접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차례상 대목을 앞두고 전통시장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비축해놓은 물량을 폐기할 처지까지 내몰렸다.

김정훈 동구시장상인회장은 “대목을 앞둔 상인들이 방역대책이 완화되기만을 기다렸지만 무산됐다”며 “지난 추석에는 매출이 예년보다 50%가량 줄었다. 올 설에는 5인 이상 집합 금지로 추석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인들이 대목을 앞두고 대량으로 들여놓고 보관했던 생선 등을 모두 폐기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동구시장에서 10년가량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도 “예년 같으면 지금쯤 대기 순번이 300번까지 되지만 현재는 50번도 안 된다”며 “어르신들은 자식들이 올까봐 한두 되 예약 주문했지만 지금은 제사상에 올릴 5천 원치만 사간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이런 반발에는 이유도 있다. 대구에서는 새해들어 확진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어서다.

1월 대구 신규확진자수는 총 518명이다. 하루평균 16.1명이 발생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확진자 수는 급격히 줄었다.

1월 대구 첫주(1~2일) 확진자수는 하루평균 36명에서 둘째주(3~9일)은 20.7명으로 다소 줄었다. 셋째주(10~16일)은 17.2명, 넷째주(17~23명) 13.7명, 다섯째주(24~30일) 10.7명으로 매주 감소세가 뚜렷하다. 지난달 31일 신규환자수는 10명이다.

지역의 신규 확진자수 하향곡선과 상관없는 사회적거리두기 2주 연장은 지역 상황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권모(44)씨 “고용돼 있는 80여 명의 직원들은 영업 재개를 기다리다 지친 상태”라며 “지난해 불안정한 영업일과 40일 연속 문을 닫자 직원 중 연락되지 않고 떠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리두기 연장 여파는 유림계에도 이어졌다. 의성김씨는 이번 설 연휴 문중 제사에 외지인을 일절 받지 않기로 했다. 안동시 서후면 금계리에 있는 학봉종택은 전국 의성김씨의 본산으로 명절마다 수백 명의 의성김씨와 방문객들이 찾는 명소다.

김종길 종손은 “이번 설은 제사를 아주 최소화하려고 한다. 외부 인원은 모두 참여하지 말라고 했다. 자식들에게도 오지 말라고 했다. 근방 문중 어르신 몇 분만 모시고 비공개로 (차례를) 지내려고 한다”고 전했다.

고향 방문을 포기하면서 가족 간 생이별로 우울함을 토로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전라도 광주가 고향인 직장인 이모(36)씨는 설 연휴 고향 방문을 포기했다. 지난해 추석과 달리 서로 안부 인사를 나누고 선물을 건네는 선에서 명절을 지내기로 했다.

이씨는 “정부 발표를 듣고 설 명절 세배와 차례를 생략하기로 했다”며 “타지에서 부모님과 형제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난다. 코로나19로 6개월 째 부모님 얼굴을 못뵙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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