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하면 실패의 늪은 피한다

발행일 2021-02-02 10:32:4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박운석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이다. 너무나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인용한 문장이기도 하다. 여기서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이 나왔다. 단순한 논리이다.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려면 부부간의 사랑은 물론 어느 정도의 경제력에 건강이나 종교, 자녀교육 등에서 대립이 없어야 한다. 다만, 모든 조건이 탁월해야만 행복하다는 건 아니고 일정 수준만 충족되면 가정이 행복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구성원 중 누군가가 도박, 질병, 외도 등 불행해질 수 있는 요소에 하나라도 노출돼 있으면 그 가정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행복은 불행을 초래하는 수많은 요인을 모두 피할 때 가능하다는 말이다.

베스트셀러 ‘총·균·쇠’를 쓴 진화생물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야생동물의 가축화를 통해 ‘안나 카레니나 법칙’을 설명한다. 지난 수천년 동안 어떤 동물들은 가축화를 했으나 또 어떤 동물들은 가축화시키지 못한 채 야생동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는 야생동물이 가축화되기 위해서는 6가지 특성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식성이 너무 좋지 않고, 성장 속도가 빠르며, 감금상태에서도 번식력이 좋고, 너무 포악하지 않으며, 인간을 무서워하지 않고 너무 예민하지 않아야 하고, 위계질서를 지키는 동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6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가축화가 가능하며 이 중 한 가지 요소만을 갖추지 못해도 이 동물의 가축화는 성공할 수 없다.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은 다른 분야에서도 적용 가능한 이야기일까? 맞다. 톨스토이의 소설 속 결혼관계나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야생동물 가축화 뿐 아니라 적용되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이 법칙을 다른 여러 분야에 적용하면서 중요한 일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수많은 위험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극복해내야 한다는 의미가 됐다.

그러고 보면 안나 카페니나 법칙은 일상생활 곳곳에서도 볼 수 있다. 학교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모두 엇비슷하고, 성적이 떨어진 학생은 성적저하의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대형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지적하는 사항은 안전불감증이다. TV 프로그램인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한 어느 안전전문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톨스토이 소설 문장에서 행복이란 단어를 안전으로 바꾸면 ‘안전한 산업현장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산업현장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가 된다.

건강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건강하려면 여러 가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가능하다. 아무리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질 등을 과다하게 섭취하더라도 미량의 특정 영양소 한두 가지만 부족해도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 인체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비타민A가 부족하면 야맹증에 걸리기 쉬운 것과 같다.

특수합금으로 만들어 튼튼한 사슬도 이를 연결하는 고리 하나가 약한 주석으로 돼있다면 이 사슬의 전체 강도는 주석의 강도와 같다. ‘가장 취약한 고리’ 하나가 전체 사슬의 강도를 결정한다. 독일의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가 말한 소위 ‘미니멈의 법칙(law of minimum)’이다. 모든 조건이 다 충족되더라도 결국에는 가장 부족한 조건 하나에 맞춰 능력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대부분 성공의 이유를 하나의 대표적인 요소에서 찾는다. 하지만 어떤 일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수시로 부닥치는 수많은 실패 원인을 피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기업이 지속성장을 하려면 좋은 사업 아이템은 물론 적절한 마케팅, 원할한 자금 조달, 유연한 조직문화 등을 갖춰야 한다. 더 중요한 건 이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성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성장 과정 곳곳에 숨어있는 실패의 함정을 피해 빠져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법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우리 사회가 위기라고 진단한다. 외환위기 때인 1997년과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고도 한다. 실패에는 백 가지, 천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실패의 이유를 피하는 방법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국가든, 지방자치단체이든 정책 수립과 시행 과정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섣부른 정책으로 기본에서 벗어나면 다른 모든 노력들이 정상이어도 정책 실패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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