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를 돌려달라”…대구 동구청 체육시설 직영화 과정에서 잡음

발행일 2021-02-08 15:18:3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운영방안 놓고 의견 엇갈려, 1인 시위도 등장

특혜 논란에 양측 의견 첨예하게 대립

대구 동구 율하테니스장 벽면에 동구청을 비난하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는 모습.


대구 동구청이 올해부터 위탁 체육시설의 직영화에 나선 가운데 율하테니스장 직영화 과정에서 운영 방안을 놓고 구청과 이용 회원간 입장차를 보이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8일 동구청에 따르면 율하테니스장 직영화 과정에서 특정 클럽이 테니스장을 독점하는 ‘특혜’를 받아 왔다며, 해당 클럽이 배정 받은 2면의 코트를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율하테니스장은 2010년 율하택지지구 조성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동구청에 기부채납 형태로 제공한 공공생활체육시설로 총 4면으로 조성됐다.

당시 이재만 전 동구청장은 율하 주민 위주로 구성된 테니스동호회 ‘사랑회클럽’과 협약을 맺고 4면 중 2면을 배정했다. 율하 주민 우선 체육시설이라는 점을 주목해 율하 주민들로 구성된 사랑회에 나름의 혜택을 준 셈이다.

동구청은 11년 전 맺은 협약의 경우 운영조직이 바뀐 상황에선 유명무실하다며, 해당 협약은 무효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봉무파크골프장에서 위탁 기관인 동구파크골프협회의 부적절한 영리활동과 임원 인준 과정 등 파행 운영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후속 조치이기도 하다.

사랑회클럽 회원들은 1인 시위에 돌입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율하 주민 우선 체육시설에 율하 주민이 혜택을 보는 것은 특혜가 아닌 당연한 조처라는 것이다.

사랑회클럽 이향길 회장은 “사랑회는 회원 수가 15~20명인 일반 테니스클럽과는 달리 율하 주민자치회 성격을 띠는 클럽”이라며 “160명에 달하는 사랑회 회원 중 70% 이상이 60대 이상이다. 모범 운영으로 상을 내려도 모자랄 판국에 이런 일방행정은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청이 테니스장 전면 개방의 근거로 사용한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구청은 율하테니스장 운영방안에 대한 동구 전체 테니스클럽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동구체육회에 여론조사를 일임했다. 동구체육회에 따르면 지역 57개 테니스클럽 중 대부분 클럽이 율하테니스장의 전면 오픈을 찬성했다.

사랑회클럽은 여론조사 과정에서 정작 당사자인 사랑회에는 의견을 묻지 않았다고 했다. 구청이 결론을 내놓고 요식행위에 가까운 여론조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구청 관계자는 “합의점 도출을 위해 사랑회와 계속 만나겠다”면서도 “구청의 테니스장 직영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끝까지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법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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