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우리 사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경제는 허덕대고 자영업자는 파산 직전이다. 정부가 고통 겪는 국민들에게 각종 지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생계자금으로 연명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원금이 엉뚱하게 낭비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정부가 꼼꼼히 챙길 일이다.

대구시가 어려움을 겪는 지역 미술인을 위해 시작한 ‘우리 동네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그 취지를 못 살리고 있다. 지자체의 무관심 탓이 크다. 예산만 헛되이 날린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대구시가 33억 원의 예산을 들여 대구 전역의 공원 등 공공장소에 공공 미술 작품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오는 4월까지 한시적 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으로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다. 대구 지역 예술가 300여 명이 참여, 벽화와 조형물, 벤치 등을 조성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예술인에게 창작 기회를 제공하고 1인당 500만~600만 원의 인건비를 지급, 살림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지역민들에겐 눈요깃거리가 되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사업이 일부 작품의 완성도와 질이 떨어져 말썽이다. 작품에 대한 주민들의 공감대도 형성하지 못한 모양이다. 설치 장소와 어울리지 않거나 주민들이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의 작품으로 ‘먹튀’ 논란까지 나왔다고 한다.

참여 작가의 구색 맞추기에 급급하다보니 작품 질이 떨어지는 것도 있고 나중에 흉물이 될 우려가 있는 작품도 적지 않은 것 같다. 타지역의 경우 지역 특색을 반영한 작품을 만들려고 적잖은 노력을 쏟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공공근로식 예산 지원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그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기왕이면 많은 예술가들이 참여, 동네마다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고 마음의 위안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이 설치됐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지자체의 관리 부실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대구시는 뒤늦게 현황 파악에 나서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한 모양새다. 시는 급하게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허점 투성이라는 점을 인정, 자문단을 구성해 사업을 꼼꼼히 챙기겠다고 한다.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대구 시민들의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제대로 관리 감독해 주기 바란다. 어려운 시기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되도록 추진한 사업이 괜히 오점을 남겨서는 곤란하다. 명물까지는 아니더라도 동네마다 좋은 작품들이 전시돼 주민들의 눈을 시원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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