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의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이 내달까지 중단된다. 이에 따라 지역 주민과 국방부, 주한미군 간 격화되고 있는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방부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집단민원 조정기간 동안 사격훈련 중단을 요청함에 따라 9일부터 예정됐던 훈련을 중단했다.

권익위는 지난 8일 수성사격장 집단민원 처리를 위한 준비회의를 개최하고 조정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회의에는 전현희 권익위원장과 주민 대표, 국방부 차관, 해병대 1사단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국방부는 권익위의 조정절차에 협조하기로 했다. 조정기간은 9일부터 3월까지다.

권익위는 군 사격소음·진동 관련 조사반을 구성해 주민 피해를 현장 조사하고 국방부, 해병대 등 관련기관을 방문해 사태 해결을 위한 활동을 벌일 방침이다.

수성사격장과 관련한 주민 반발은 국방부가 경기도 포천 영평사격장에서 실시하던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을 지난해 2월 수성사격장으로 변경하면서 비롯됐다. 주민 피해와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대책 마련 등 사전 협의가 없었다.

이번 사태는 기본적인 사항을 점검하지 않은 국방부에 근본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행정편의적 결정이 주민 반발로 이어진 것이다. 굉음을 내는 헬기 사격의 특성을 감안하면 당연히 인근 주민의 이해와 협조를 먼저 구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은 경기도에서 하던 미군 사격훈련을 왜 포항에서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또 56년간 사격훈련으로 고통을 입고 희생해 온 주민들에게 국가가 보상은커녕 아파치 헬기 사격까지 떠맡으라고 하는 것은 지역을 무시하고 홀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11월 이후 잠정 중단됐던 훈련이 지난 4일 재개되자 주민들은 진입로를 농기계로 차단하는 등 시위와 집회를 이어갔다. 그간 군의 각종 화기훈련에 따라 불발탄, 유탄, 소음, 진동, 화재 위험 등을 겪어온 데다 주한미군 사격훈련까지 더해지자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1965년 조성된 수성사격장은 50여 가구 130여 명이 사는 수성리 마을에서 1㎞ 정도 떨어져 있다.

우선은 주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주민 이해와 희생만 요구해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주한미군 사격훈련은 국가안보, 한미동맹 등과 연관된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사격장 주변 주민들의 권익과 생존권도 더 이상 해결을 미뤄서는 될 문제가 아니다.

권익위 실태조사 후 주민과 국방부가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이 마련됐으면 한다. 적절한 대체부지를 찾아 사격장을 옮기는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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