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철원 군의 아버지 우종우씨 개구리 소년 추모·기원비 건립 예정 장소 찾아 당시 회고||사

▲ 우철원(당시 13세)군의 아버지 우종우(73)씨가 25일 개구리 소년 추모·기원비 건립 예정 장소를 가리키고 있다.
▲ 우철원(당시 13세)군의 아버지 우종우(73)씨가 25일 개구리 소년 추모·기원비 건립 예정 장소를 가리키고 있다.
“해를 보지도 못하는 차가운 곳에서 볕드는 따뜻한 곳으로 오기까지 3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30년 만에 조성되는 개구리 소년 추모·기원비 건립 예정지를 지켜보던 우철원(당시 13세)군의 아버지 우종우(73)씨는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우씨는 “추모비에 유족들 의견을 반영해 이름 석 자를 비석 뒤편에 새기는 등 지금까지 사건을 잊지 않고 아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신 분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우씨는 추모·기원비 건립 소식에 언젠가부터 보지 않던 휴대전화 사진첩을 다시 들여다봤다.

그는 “식구 네 명이서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데 한 사람 자리가 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기다리다 보니 세월이 벌써 이렇게 흘렸다”며 고개를 떨궜다.

실종 아이들의 아버지 중 우씨를 제외한 나머지 아버지들은 건강상의 문제로 요양원에 입원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년 세월이 흘렀지만 우씨는 실종 당일 하루를 아직까지도 생생히 기억했다.

그는 “사건 당일은 기초의회 의원 선거로 임시공휴일이었다”며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에 아이들은 아침을 먹자마자 페트병에 도롱뇽 알을 채집하러 나갔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2002년 9월 사라졌던 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되면서 사건 해결에 대한 기대를 가졌지만 공소시효가 2006년 만료되면서 유족의 기다림은 더 깊어졌다.

대구경찰청 미제 사건 수사팀은 2019년부터 이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 기록 재검토와 첩보 수집 등을 하고 있지만 진척이 없다.

우씨는 앞으로도 정부와 시민의 지속적인 관심이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밝혀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사건 초기 부실한 조사로 담당 경찰들과 언쟁을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사건 담당하는 분들도 그 분들 나름대로 많은 고생을 한 것 같다”며 “국민적 관심에 우리가 보답하는 길은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밝혀내는 것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범인에게도 말을 남겼다.

우씨는 “이제 공소시효도 끝났다. 제발 양심 고백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자수를 해달란 말도 아니다”며 “쪽지에 설명 정도 달아서 어디 관공서에 주고 갔으면 좋겠다. 그게 힘들면 편지로라도 해달라. 왜 죄 없는 아이들 5명을 그렇게 한꺼번에 그랬나. 어떤 방식으로든 좀 알려 달라”고 호소했다.

▲ 25일 만난 우종우(73)씨가 휴대폰의 사진첩에 저장된 아들 철원(당시 13세)군의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다.
▲ 25일 만난 우종우(73)씨가 휴대폰의 사진첩에 저장된 아들 철원(당시 13세)군의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다.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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