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이 백신을 먼저 맞겠다고 나섰다가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권 시장의 백신 접종 불발은 질병청 공문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뒤끝이 뭔가 개운하지 않다.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도 무성하다. 상급 기관의 공문에 따라 춤춘 대구시의 오락가락 행정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행정 신뢰성에도 적잖은 손상을 입혔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상황에서 지자체의 신속한 자체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로나 대유행 초기 대구시의 선도적 방역 대응은 높은 점수를 받았었다. 이런 판국에 중앙 정부와 손발이 맞지 않는 행정은 자칫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위암 수술을 받은 자신이 백신을 먼저 맞아 모범을 보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권 시장은 지난 8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받기로 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백신을 맞기로 한 전날인 7일 오후 9시께 자신의 예방 접종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취소 이유는 이날 오후 질병관리청에서 ‘지자체 재난대책본부장을 비롯해 재난대책본부 관계자들은 접종하지 말라’는 공문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앞서 지난 3일 지자체 재난대책본부장을 비롯해 간부들은 접종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었다. 지난 6일에는 백신까지 넉넉하게 보내주었다. 이랬다가 돌연 방침을 바꾼 것이다. 그 배경에 의혹이 쏠리게 마련이었다.

질병관리청의 공문 소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엔 대구시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에 따라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오후 11시로 자체 연장했었다. 그러나 중앙재난대책본부가 해당 지침을 수정 통보함에 따라 이를 철회, 시민들이 큰 혼란을 겪기도 했다.

권 시장의 AZ 백신 예방 접종 취소는 질병청이 백신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특혜 시비를 우려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접종 시기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대통령의 입장을 감안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권의 다른 단체장 입장도 고려 대상이 됐다는 후문이다.

어쨌든 대구시의 잦은 정책 변경은 행정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시정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게 할 수도 있다. 물론 중앙부처와 상황에 따른 정책 조율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지방자치제의 뜻을 살리고 코로나 대응의 경우 등 신속한 상황 대처를 위해서는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정책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 행정 자율성을 살려 지자체의 역량을 키워주는 역할도 한다. 지자체가 언제까지 중앙 눈치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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