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나뭇가지..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과 닮아 있어

▲ 상화(相和)21-5, 41x53cm, 캔버스에 수묵채색, 2021
▲ 상화(相和)21-5, 41x53cm, 캔버스에 수묵채색, 2021
동양 사상의 핵심인 태극(자연이 태어나서 소멸해가는 과정)에는 우주와 자연,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법과 철학이 담겨 있다.

또한 태극은 동양 회화의 미의식에도 깊이 투영돼 있는데 특히 수묵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비결이 되기도 한다.

김철홍 화가는 음양이 파생된 태극을 추상화시켜 작품에서 장식화 했다.

김철홍 초대 개인전 ‘상화’가 오는 14일까지 우록 갤러리(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우록길 91)에서 열린다.

그의 작품 속의 색과 먹, 선과 면의 조합들은 태극의 음양의 이치에 근거하고 있다.

수레바퀴 형상의 태극에서는 음과 양을 상징하는 흑색과 백색이 분화돼 있다.

화면의 배경에는 채색으로 중첩돼 쌓아 오른 네모 모양을 한 괘들이 태극을 품에 안으며 함께 공존하고 있다.

김철홍 작가는 “다양한 색감의 괘들은 시간성을 암시하기도 하며 동시에 사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의 변화무쌍한 생명력을 상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괘상을 계절로 보면 크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상징하고 방향으로 보면 동, 서, 남, 북을 뜻한다.

봄에 나무가 성장해 극에 다다르면 뜨거워져 불이 생성되고 다시 재가 돼 식으면 쇠로 변한다. 이것이 더 차가워지면서 쇠는 물을 만들어 내고 물은 다시 나무를 성장하도록 돕는다.

작가는 이러한 상생의 규율에 의거해 순환하고 반복하는 자연과 계절의 변화를 추상화된 한색과 난색의 괘상을 통해 시각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우연과 즉흥의 무질서한 현상들 사이에서도 천지의 이법이 존재하는데 이는 곧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도 닮아있다고 한다.

▲ 상화(相和)21-2, 41x53cm, 캔버스에 수묵채색, 2021
▲ 상화(相和)21-2, 41x53cm, 캔버스에 수묵채색, 2021
얽히고설킨 중묵의 필선들은 음을 등지고 양광을 향해 공간을 관통하는 나뭇가지처럼 때로는 서로 부둥켜안고 때로는 비켜가며 음양의 화합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생명력을 다한다.

운필의 리듬에 따라 상하좌우로 뻗어 나가는 필선들은 호흡이 있으며 서로 호응과 조화를 이뤄 기운을 생성하고 있다.

복잡하게 교차하는 긴밀한 필획들은 공간의 여백과 서로 교감하며 음양의 상생을 형성한다.

김 화가는 “이것은 자연이 순환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인간의 보편성을 상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김철홍 작가는 계명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중국 국립미술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서울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를 하고 있다.

가나아트 스페이스, 강릉시립미술관, 조선일보 미술관 등에서 20여 회의 개인전과 해외 아트페어 및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문의: 053-767-3007.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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