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석 기상청장
▲ 박광석 기상청장
박광석

기상청장

봄이 되면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산불’이다. 봄에는 대형 산불이 잦은데, 그 이유를 건조한 공기와 강한 바람에서 찾을 수 있다.

봄철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이동성고기압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대륙의 건조한 공기를 우리나라에 몰고 온다. 게다가 봄은 기온이 부쩍 오르면서 습도가 낮아지고, 강수량마저 적어 대기가 매우 건조해진 상태가 오래도록 지속된다.

이러한 건조한 상태에서 봄에 부는 강력한 바람은 산불의 덩치를 키운다. 바람은 온도차가 큰 곳에서 강하게 부는데, 산악은 평지에 비해 지형이 복잡하기 때문에 지면의 불균등 가열에 의해 큰 온도 차가 발생하기 쉽다. 이 때문에 바람이 더 강해져 산불이 발생하면 대형 산불로 번지기 쉬운 것이다.

산림청 산불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1~2020년)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867건이며, 축구장 4천980여 개에 해당하는 3천545㏊가 불에 탔다. 그중 54%인 469건이 봄철(3~5월)에 발생했고, 특히 3월이 25%로 연중 가장 산불이 많이 발생한 시기로 집계됐다.

산불이 무서운 것은 작은 불씨가 급속도로 너무나 큰 피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등산객들의 담뱃불, 취사로 인한 불씨, 또는 바람을 타고 날아온 작은 불씨가 축구장 면적의 몇 배를 집어삼키고 나서야 끝이 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렇게 다 타버리고 난 장소가 다시 복구되려면 무려 10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러한 산불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기상청에서는 실효습도를 기준으로 ‘건조특보’를 운영하고 있다. 실효습도란 5일 동안의 평균 상대습도에 경과한 시간에 따른 가중치를 주어 산출한 건조도로, 나무나 섬유질 같은 물체가 일정 기간 동안 건조한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물체가 이전에 오랫동안 말라 있었다면 현재 습도가 높더라도 실효습도는 낮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실효습도가 50% 이하가 되면 불이 쉽게 옮아 화재 발생 위험이 커지고 40% 이하는 불이 쉽게 꺼지지 않으며, 30% 이하에서는 자연적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기상청에서는 실효습도 2일 이상 35% 이하로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 ‘건조주의보’를, 25% 이하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건조경보’를 발표해 관련 방재기관에 통보하고, 각종 기상정보를 통해 산불과 각종 화재에 유의할 것을 수시로 당부하고 있다.

또한, 산불이 대형 산불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기상청은 해당지역 지자체와 산림청, 산림항공본부에 안전한 산불진화를 위한 맞춤형 기상정보를 지원한다. 산불 현장에서 바람 방향과 세기는 불길이 어떻게 이동할지 예상해 진화 작전을 세우는데 매우 중요하다.

산불진화용 기상정보는 발생지역에서 가장 근접한 기상관측장비에서 관측된 기온, 실효습도와 풍향·풍속 등 기상실황과 기상예보를 바탕으로 국지적 지형까지 고려한 상세 예측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산불진화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방헬기의 안전지원을 위해 대기 고도별 풍향·풍속과 연직상승·하강기류, 시정 예상 자료를 진화 완료시까지 집중적으로 제공한다. 산불의 규모에 따라서 진화 현장 인근에 기상관측차량이나 이동형 AWS(자동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해 실시간 관측자료를 현장 지휘본부에 제공하고, 필요시에는 산불 진압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예보관이 직접 현장 기상브리핑을 실시한다.

올봄에도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고, 전반적으로 맑고 건조한 날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산불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입산 시 인화성 물질을 소지하지 말고 허용된 지역 외 취사나 야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또 논·밭두렁과 쓰레기 소각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산림 인접지역에서 불을 지펴야 할 경우에는 관계기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며, 기상청이 발표하는 건조특보나 강풍특보 등 산불위험을 높일 수 있는 기상조건을 확인해 위험요소가 없도록 해야 한다.

산불이 발생하면 당장 산림자원의 손실로 인한 경제적 피해부터 생태계 파괴와 산사태, 홍수 등의 또 다른 재난을 야기시킨다. 더욱이 산불 발생 이전으로 복구되려면 100년 이상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국가기관과 국민 모두가 산불 예방과 대응에 힘을 합쳐 소중한 자원과 생명을 지켜내길 바란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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