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섬유업계가 시끄럽다. 섬유 기관단체장 선임을 앞두고 내부 갈등이 격화되면서 삐걱대고 있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비방물이 나돌거나 이사회와 원장 사이의 갈등으로 원장이 해임되는가 하면 업계 사정으로 단체장 희망자가 나서지 않는 곳도 있다. 지역 산업 발전을 견인하며 경제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섬유업계의 위상 추락을 상징하는 듯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지역 섬유 산업은 한때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고 대구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해왔다. 거기에는 지역 경제인들과 섬유 기관단체장들의 역할이 컸다. 정부기관과 대구시를 오가며 예산 확보에 힘을 보태고 섬유 정책 수립에 크게 기여해 왔다. 그랬던 것이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섬유 산업의 추락과 함께 섬유 기관단체장들의 입지도 좁아졌다.

더욱이 섬유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내부 고발 등이 잇따르고 있고 임기 만료된 단체장의 희망자가 없어 추천위원회가 겉도는 등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저래 지역 섬유업계가 시련을 겪고 있다. 섬유업계는 이렇게 허송세월할 겨를이 없다. 가뜩이나 사양산업으로 낙인찍혀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하루빨리 잡음을 털어내고 전열을 정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섬유업의 재비상을 준비하는 등 활로 찾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대구염색공단의 경우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공단 직원이 현직 이사장을 비방하는 유인물을 살포해 선거관리위원회가 해당 직원에게 법적 조치를 예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검찰 수사 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수년 전의 입찰 비리를 재탕하는 유인물을 살포,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것이다.

건강 등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 회장의 후임자 선임도 삐걱대고 있다. 업계 사정이 어려워 희망자가 나서지 않아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도 최근 이사회를 열고 원장을 해임했다. 연구원 사상 처음 원장이 중도 하차했다. 이사장과의 갈등이 주원인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관은 지역 섬유업계를 대표하는 비중 있는 단체다. 이들 단체가 수장 때문에 헛되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고사 위기의 지역 섬유업계에도 도움되지 않는다. 하루빨리 내부 의견을 모으고 조율해 적임자를 뽑길 바란다.

대구시도 현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지 말고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구상공회의소 등 지역 경제계도 거중 조정에 나서 섬유단체의 조기 안정을 이끌기 바란다. 섬유 단체는 언제까지 코로나로 힘겨워하는 대구 시민들에게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것인가. 빠른 수습과 안정을 바란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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