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 두 광역단체가 출범시킨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가 최근 기본계획 초안을 내놓고 이를 토대로 대구를 비롯해 경북의 동부권, 서부권, 북부권 등 4개 대권역에서 시민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공론화 과정에 돌입했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주민투표가 7, 8월께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장 시급하게 떠오른 문제는 제안 이후 1년여가 지났지만 시, 도의 애초 기대보다 지역민들의 관심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주민투표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얻어야 그나마 예상되는 향후 통합과정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텐데, 지금으로선 통과 여부도 불확실해 보인다. 공론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 도는 특히 이런 점에 주의를 집중해야 할 것이다.

행정통합과 관련된 최근 여론조사 자료로, 2월 중순 공론화위가 발표한 것만 봐도 지역민들의 관심도가 아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공론화위를 알고 있다’는 응답률이 49.8%에 그쳤고, 찬반 의견도 각각 40.2%와 38.8%로 비슷한 수준에서 엇갈렸다. 또 모른다고 답하거나 무응답 비율도 21.1%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유의미한 사실은 찬성과 반대 이유에 있다. 찬성 쪽에서는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지방정부 구성 △도시와 농촌의 상생발전 △지방정부의 권한 강화로 경쟁력 강화 등을 가장 많이 꼽았지만, 반대 이유로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것이다 △경제, 산업의 발전 성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시구군별 예산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 등이 가장 많았다.

선택지가 정해진 방식의 여론조사라서 지역 민의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론 통합 이후 실질적 효과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와 도는 이런 의구심을 명확하게 해소해 줄 필요가 있다. 응답자의 78.2%가 주민투표 참여 의향을 밝힌 점은 관심도 측면에서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광역단체 간 행정통합 논의는 사실 대구시와 경북도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니다. 부산시와 경남도, 광주시와 전남도, 대전시와 세종시·충남도 등 여러 곳에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해당 지역의 사정에 따라 추진 속도에 다소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들 지역의 행정통합 추진 목적도 대구·경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돈과 사람을 빨아들이고 있는 거대 블랙홀, 수도권에 맞서기 위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그 주된 이유이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확인되는 것들이다. 대구만 봐도 지난 40년간 국내 인구가 1천300만 명 늘어날 동안 대구는 1981년 502만 명에서 2019년 510만 명으로 제자리걸음을 했고, 재정자립도는 1981년 88.2%에서 2016년 51.6%, 현재는 50% 이하로 감소했다. 이외에도 지방정부에 힘이 필요한 이유는 누구라도 말 한마디쯤은 할 수 있을 만큼 차고 넘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당위성이 있더라도 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법률적, 정치적 변수 등 향후 여러 고비를 넘어가야 하니 결국 행정통합 성공은 지역민들의 압도적 지지가 필수 조건임이 틀림없다. 지금까지의 지역 분위기를 보면 주민투표에서 통과하리라 장담하기도 쉽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제부턴 행정통합에 대해 지역민들에게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통합으로 일상에서 어떤 변화를 체감하게 될지, 그리고 그 변화가 과연 긍정적인 면만 있는지, 또 부정적인 면이 있다면 앞으로 그걸 어떻게 보완해 나갈 수 있는지까지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시중에는 이런 얘기도 떠돈다. ‘행정통합 해봐야 우리 살아가는 데 아무 도움 될 게 없다’ ‘내년 지방선거 때문에 하는 거 아니냐’, 이런 말들이 계속 들린다면 결국 그 큰 비용을 들여서 굳이 통합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더 힘이 실릴 것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주민투표 때까지 남은 기간 지역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홍보에 전력을 쏟길 당부한다. 필요하다면 시장과 도지사가 직접 나서 시·도민 설명회나 전문가와 함께하는 토론회라도 열고 이를 중계방송하는 것도 생각해 봄 직하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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