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들을

발행일 2021-03-14 15:34:0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산수유가 노랗게 아침 분위기를 더한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강가에는 녹색이 짙어가는 수양버들이 아침 햇살에 가만히 그늘을 드리우기 시작한다. 목련은 하얀 전등을 켜고 기다리고 있은 듯 저만치서 길손을 반긴다. 흔들림 없이 제 자리를 지키다가 어김없이 다시 찾아와 색을 바꾸는 자연이 오늘따라 마음 든든하게 다가온다. 다시 봄이 찾아왔다. 볼 것이 많아서 ‘봄’이라던가. 이번 봄에는 간절히 바라는 우리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다리는 일들이 하나하나 다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지난달 26일 코로나19 국내 접종을 시작한 후 16일 동안 우선 접종대상자의 74.2%가 1차 접종을 마쳤다. 58만7천884명이 1차 접종을 완료했다고 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56만1천785명, 화이자 백신 2만6천99명이었다. 이는 전체 우선 접종대상자 79만2천267명 중 74.2%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200만 명으로 볼 때 접종률은 1.13% 수준인 셈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요양병원·요양시설 등의 만 65세 미만 입소자·종사자, 1차 대응요원,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은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각각 접종하고 있다. 두 백신 모두 2차례 접종이 필요하고 현재는 1차 접종이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백신을 맞고서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며칠 전 접종을 받았던 동료들도 난생처음 경험하는 열과 두통, 오한이었다면서 스케줄이 허락한다면 주말 근처에 맞고 꼭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들은 일부러 금요일 오후에 접종했는데도 토요일과 일요일을 누워서 지내야만 했다면서 완전히 다른 백신이라고 했다. 매년 인플루엔자 접종을 할 때는 겪지 못했던 너무도 생소한 느낌과 새로운 아픔이었다고 강조했다.

노인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지인도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하고서 너무 어지럽고 온몸이 아파서 며칠이나 휴가를 냈다고 한다. 여기저기 쑤시고 아파서 알레르기 면역을 전공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증상을 이야기했더니 “건강하고 젊은 사람일수록 면역 반응이 강하게 나타나서 열과 두통 오한 등의 원치 않는 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육십이 넘은 자네의 몸이 그만큼 젊다는 것이야~! 다행으로 생각해~!” 그 한마디에 정년 퇴임후 다시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갑자기 몸이 젊어진 듯한 느낌이 들어서 순간 울어야 할까 웃어야 할까 고민했다고 하신다. 그냥 불평도 못 하고 끙끙대면서 고통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그 시간을 견뎌냈다며 쓸쓸한 웃음을 짓는 그 선배님을 보면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부작용들을 미리 알아 두고서 그에 대비해 심하게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우선 쉴 준비도 해둬야 하지 않으랴 싶었다. 38.5도 이상의 열이 하루 이상 지속된다면 해열제를 먹어야겠지만, 전문가들은 열은 면역반응의 일종일 수 있음으로 쉽게 해열하는 것은 면역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하니 참을 수 있다면 그냥 참아보는 것도 면역을 잘 기르는 방법이지 않을까. 누가 언제 접종을 받게 될지는 앞으로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겠지만, 언제라도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부작용을 알아두고서 미리 대비하는 것도 당황하지 않고 코로나19를 견디는 묘책이 되지 않으랴 싶다.

감염병 전담 병원인 우리 병원에서도 드디어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된다. 이번 화요일 화이자 백신이 도착하면 직원들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수요일과 목요일 양일간 필요한 물량을 다 접종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오전 8시30분을 시작으로 예약된 시간에 촘촘하게 이름이 적힌 용지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어깨 근육이 욱신거리는 느낌이다. 백신 병 하나를 따면 6명이 접종하게 돼있으니 예정된 시간 내에 빨리 접종을 마치려면 모두 협조를 잘해야 하리라.

코로나19 백신은 근육주사다. 어깨 삼각근 부위가 잘 드러나도록 백신을 맞는 날에는 민소매를 입고 백신 접종장에 나타나면 어떨까. 접종 후에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지 15분 정도는 그 자리에 머물러야 하니 가수 이적의 노래라도 흥얼거려 봄이 어떠랴.

‘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거릴 걷고/친굴 만나고/중략/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처음엔 쉽게 여겼죠. 금세 또 지나갈 거라고/봄이 오고/하늘 빛나고/꽃이 피고/바람 살랑이면 /우린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봄, 다시 봄이다. 당연한 것들을 기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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