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산수유가 노랗게 아침 분위기를 더한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강가에는 녹색이 짙어가는 수양버들이 아침 햇살에 가만히 그늘을 드리우기 시작한다. 목련은 하얀 전등을 켜고 기다리고 있은 듯 저만치서 길손을 반긴다. 흔들림 없이 제 자리를 지키다가 어김없이 다시 찾아와 색을 바꾸는 자연이 오늘따라 마음 든든하게 다가온다. 다시 봄이 찾아왔다. 볼 것이 많아서 ‘봄’이라던가. 이번 봄에는 간절히 바라는 우리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다리는 일들이 하나하나 다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지난달 26일 코로나19 국내 접종을 시작한 후 16일 동안 우선 접종대상자의 74.2%가 1차 접종을 마쳤다. 58만7천884명이 1차 접종을 완료했다고 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56만1천785명, 화이자 백신 2만6천99명이었다. 이는 전체 우선 접종대상자 79만2천267명 중 74.2%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200만 명으로 볼 때 접종률은 1.13% 수준인 셈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요양병원·요양시설 등의 만 65세 미만 입소자·종사자, 1차 대응요원,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은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각각 접종하고 있다. 두 백신 모두 2차례 접종이 필요하고 현재는 1차 접종이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백신을 맞고서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며칠 전 접종을 받았던 동료들도 난생처음 경험하는 열과 두통, 오한이었다면서 스케줄이 허락한다면 주말 근처에 맞고 꼭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들은 일부러 금요일 오후에 접종했는데도 토요일과 일요일을 누워서 지내야만 했다면서 완전히 다른 백신이라고 했다. 매년 인플루엔자 접종을 할 때는 겪지 못했던 너무도 생소한 느낌과 새로운 아픔이었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전담 병원인 우리 병원에서도 드디어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된다. 이번 화요일 화이자 백신이 도착하면 직원들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수요일과 목요일 양일간 필요한 물량을 다 접종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오전 8시30분을 시작으로 예약된 시간에 촘촘하게 이름이 적힌 용지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어깨 근육이 욱신거리는 느낌이다. 백신 병 하나를 따면 6명이 접종하게 돼있으니 예정된 시간 내에 빨리 접종을 마치려면 모두 협조를 잘해야 하리라.
코로나19 백신은 근육주사다. 어깨 삼각근 부위가 잘 드러나도록 백신을 맞는 날에는 민소매를 입고 백신 접종장에 나타나면 어떨까. 접종 후에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지 15분 정도는 그 자리에 머물러야 하니 가수 이적의 노래라도 흥얼거려 봄이 어떠랴.
‘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거릴 걷고/친굴 만나고/중략/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처음엔 쉽게 여겼죠. 금세 또 지나갈 거라고/봄이 오고/하늘 빛나고/꽃이 피고/바람 살랑이면 /우린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봄, 다시 봄이다. 당연한 것들을 기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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