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촉발된 공공기관 관계자들의 투기 의혹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 한 중소 건설업체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게재된 이 국민청원은 현재 불거지고 있는 LH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정확히 짚고 있다. LH가 이때 제기된 문제점만이라도 심각하게 받아들여 개선책을 모색하고 선제적 조치를 취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사태는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이에 앞서 지난해 7월 말에는 LH 레드휘슬(부조리 신고)에 ‘개발 토지에 대한 정보를 이용한 부적절한 행위’라는 제목의 제보가 올라왔다. 퇴직한 LH직원이 재직시절 개발되는 토지와 관련한 정보를 미리 파악해 부인이나 제3자 명의로 토지를 사들였다는 내용이다. 제보에는 투기자의 이름, 주소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보는 묻혀 지나가고 말았다. LH가 ‘퇴직 직원 관련 사항은 규정에 따른 감사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자체 종결한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LH조직의 도덕성 해이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나 LH는 눈 한번 깜박이지 않았다. ‘설마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는 오만과 독선이 조직을 ‘국민의 공적’으로 만든 것이다. 조직을 해체해야 한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다.

지역 건설IT기업인 군월드는 지난해 9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LH가 버려야 할 것’이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군월드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합쳐지면서 거대 조직이 된 LH의 공공사업 민간위탁 등 기능축소를 요구했다. LH의 갑질에 피해를 입었다는 이 업체는 “(억울한) 중소업체의 외침에 공기업이 반응을 보이기 원했던 것, LH의 고착화된 프로세스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타성을 사과하고 탈바꿈하기 바랐던 것 등이 부질없는 꿈이었던가” 라고 호소했다.

군월드는 입주자 모집을 끝낸 자사의 주택사업지를 LH가 공공주택사업지구에 포함시키면서 3년간 착공을 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분양대금 입금 지연, 자금 유동성 악화, 금융비용 증가, 기업 이미지 실추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LH가 처음 약속한 조성 원가 보상을 이행하지 않은 때문이라는 것이다.

LH의 업무 처리 방식은 갑질과 함께 전형적 복지부동이다. 문제가 커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이다. 제기된 문제의 해답을 찾으려는 최소한의 노력만 기울였더라도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자정의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것이다. 이번 사태가 일단락되면 혁신을 위한 대대적 ‘수술’이 불가피하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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